신한은행 노조가 조흥은행에 대해 합병에 앞서 인원을 감축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 두 은행 노조간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이건희 신한은행 신임 노조위원장은 24일 취임식에서 "홍석주 현 행장의 뒤를 이을 새 조흥은행장에게 합병 전에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합병을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대등 합병이란 여러 가지 조건이 비슷한 경우의 합병을 뜻한다"고 전제하고 "조흥은행 임금을 신한은행 수준으로 올리는 것과 함께 1인당 생산성 등을 맞추는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또 조흥은행과의 합병시 브랜드 문제에 대해 "3년 후에 브랜드 가치를 평가해 신한측 입장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을 접한 조흥은행 노조 관계자는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추구해야 할 노조 위원장 입에서 구조조정 얘기가 나온 것은 안쓰럽고 안타깝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조흥은행은 지난 22일 파업이 종료된 직후부터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노조 집행부를 비판하는 직원들의 글이 쏟아지는 등 내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전 모 차장은 '노조집행부 보시오'란 글에서 "파업 막바지에 아무런 논의없이 전산 필수요원을 복귀시키고 임금인상 등 조합원이 요구하지도 않은 사항에 대해 합의한 것은 사기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백 모 차장은 "현 집행부의 마지막 임무는 즉각 사퇴하는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조흥은행 내에서는 또 새 행장 후보를 놓고도 전 부행장 출신인 L씨가 유력하게 거론되자 일부에선 "조직을 분열시킬 수 있다"며 반대여론이 형성되는 등 갈등 조짐이 표출되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