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보는 하반기 경기 전망도 그다지 밝지 못하다. 하반기 경기는 수출을 빼곤 별로 나아질게 없어 당분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나친 경기 낙관론이 기업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에게 '경기 착시'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하반기 경기 급반등 어려워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장은 "2ㆍ4분기 성장률은 1%에 그쳐 일단 경기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부터 미국의 경기 회복에 힘입어 다소 나아지겠지만 급격한 호전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올해 성장률이 3%선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현오석 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도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민간소비(비중 55%)와 설비투자(15%) 증가율이 1%선에 그칠 것"이라며 "이같은 GDP 구조상 올해 경제 성장률은 3% 안팎에 머물 것"이라고 진단했다. ◆ 소비심리 안정 우선돼야 현재 경기침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급격한 소비심리 위축을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소비심리 급락이 기업투자와 생산활동 부진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민간소비 위축은 지난해의 무리한 경기부양 정책의 부메랑 효과에 기인한다"며 "가계대출 증가와 무분별한 카드사용으로 지난해 성장률이 6%대를 넘어섰지만 그 부작용이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극심한 소비심리 침체가 기업의 생산활동 의지를 꺾고 있다"며 "일본처럼 구조적인 장기불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 수출에 돌파구 기대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2ㆍ4분기중 원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수출 부진과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 등 아시아 경제가 사스로 타격을 받아 약세를 면치 못했다"며 "국내외 소비심리가 조정을 거치면서 하반기부터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동진 한국자동차공업협회장은 "부동산 가격 하락, 카드 연체율 재상승 등으로 하반기 내수 회복도 낙관하기 힘들다"며 "그나마 북미와 유럽지역으로의 수출이 호조를 보여 수익증대의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서정대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4월 중소기업 평균가동률이 69.5%로 4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하는 등 중소기업들이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며 "노사관계 안정, 중소기업 정책 마련 등 중소기업이 왕성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정부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경기 발목잡는 정책 바꿔야 전광우 우리금융지주 부회장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들의 투자가 살아나고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어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시급하다"며 "기업투자를 억제하는 규제들을 과감히 철폐하고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 추가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은 또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해 나가는 확고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카드채 문제 등 시장불안 요인 제거 및 강도 높은 비은행 부문 구조조정과 함께 추경예산도 조속히 마무리돼 조기에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우석 소장은 "지역균형개발, 수도권 집중 억제 등 효율보다 형평을 강조하며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차질을 주는 정부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