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이틀간의 취재를 마치고 몽고메리(미국 앨라배마주의 수도)를 떠나던 지난 21일 현지 최대 일간신문인 몽고메리애드버타이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은 '공장 건설 목표대로(Plant construction on target)'였다. 여기서 말하는 '공장'이란 현대자동차의 현지 생산공장.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는 별로 새로울 게 없는 뉴스가 머리기사로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공장 건설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실제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의 홍보책임자인 빌 랑(Bill Lang) 부장은 기자에게 47쪽짜리 현지 언론의 현대차 관련 보도 묶음집을 주면서 "기사량이 너무 많아 알짜만 추리고 추린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이후 1면 머리기사만도 17건. 1주일에 한 번꼴은 현대 뉴스가 1면 머리기사를 장식한 셈이다. 몽고메리 시는 어디를 가든 '현대'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 차 있다. 최대 지역 은행인 '리전 뱅크'나 슈퍼마켓들은 점포 외벽마다 'Welcome Hyundai'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교통량이 가장 많은 65번 고속도로에는 '현대자동차를 환영합니다'라는 대형 한글 표지판까지 붙어 있었다. 기자에게 현대에 대한 지원 현황을 브리핑해준 현지 공무원들은 모두 가슴에 태극기와 앨라배마주기로 만든 배지나 현대차 로고 배지를 달고 있었다. 이같은 높은 관심은 지역사회에 현대차의 11억4천만달러(약 1조4천억원) 투자가 가져다주는 '특수' 때문. 핵심은 고용창출이다. 현대차 공장이 가동되는 오는 2005년부터는 당장 2천여명의 고용이 직접 창출된다. 부품공장 등 관련 분야의 총 고용은 6천명 정도 늘어날 것이란 게 주정부 관계자들의 추산. 생산직 근로자들은 주정부에서 직접 교육시켜 현대에 '공급'해 주기로 되어 있는데 최근 지원자를 모집한 결과 무려 2만5천명이 응모하기도 했다. 때문에 현지 당국의 지원은 '파격'이란 단어를 넘어선다. 여의도의 두 배가 넘는 2백17만평에 이르는 공장 부지를 소유주들로부터 '수용'해 무상으로 소유권을 넘겨주었다. 무상 증여가 주법에 어긋나자 아예 주법을 고쳐 해결하기도 했다. 약 5천만달러 상당하는 부지 제공을 포함해 주와 시당국이 제공한 혜택을 현금으로 환산하면 약 2억5천만달러. 3천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소득세 및 판매세 면제,전기·가스 무상지원,현지 채용인 직업훈련비 제공은 물론 향후 2년간 주정부 예산으로 지역신문에 광고까지 해주기로 했다. 주정부는 고속도로에서 공장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새로 만들어주고 새 도로 이름을 '현대 대로(Hyundai Boulevard)'로 붙여주었다. 주소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번지수와 같은 700으로 변경해 주기도 했다. 공장 안에는 철도역까지 신설해 주기로 했다. 현대 직원 가족들이 현지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도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여성 공무원 두 명을 아예 현대 사무실로 파견해 주택 학교 등 가족들의 정착을 돕도록 하고 있다. 주한 미군이었던 남편을 따라 한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다는 진 샤본느씨가 사용하는 e메일 주소는 'jcharb@hmmausa.com'으로 현대공장(HMMA)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 주민들은 연간 30만대의 자동차를 쏟아낼 공장을 짓는 초대형 공사로 인한 소음이나 먼지 공해도 감내하겠다고 말한다. 건설 현장으로 들어가는 티그 로드에 사는 테레사 델라니씨는 "진흙투성이의 길로 불편이 말할 수 없이 많다"면서도 "이런 고통은 나중에 경기 활성화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밝은 표정을 짓는다. 공장 건설을 총 지휘하고 있는 김양수 법인장은 "주정부나 시정부의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들까지 나서 외국 투자기업에 기울이는 정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공장 가동을 성공적으로 이뤄 지역사회에 공헌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공장을 떠나면서 한국 정부의 외국인 투자유치 담당 공무원들을 이 곳으로 데려와 연수를 받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몽고메리(미 앨라배마주)=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