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파업사태가 4일만에 극적인 해결로 마무리되기까지 조흥노조와 정부, 신한지주 간에는 밀고 당기는 막전막후 협상이 긴박하게 진행됐다. 조흥 노조의 파업 명분은 '조흥은행 매각 저지와 독자생존 보장'이었다. 그러나 막후에선 '고용보장을 위한 대등합병' 등 실리를 얻기 위한 합병협상이 숨가쁘게 진행됐다. 노ㆍ사ㆍ정 3자는 3차례의 공식협상과 수차례의 비밀 협상을 통해 결국 '3년간 독립경영 보장 후 대등합병'이란 합의에 도달했지만 합의가 이뤄지기까지 당사자간 갈등과 진통도 컸다. '조흥 파업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건 지난 21일 새벽. 노ㆍ사ㆍ정 대표들이 지난 19일 밤에 이어 이날 새벽 2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 모여 2차 공식 협상을 벌이면서부터다. 정부는 전산망 마비로 인한 금융대란을 막기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주말엔 파업을 풀어 월요일인 23일부터는 은행이 정상 영업하도록 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우고 있었다. 노조와 신한지주는 새벽 4시까지 이어진 2차 공식협상에서 3년간 독립경영과 고용보장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상당한 의견접근을 보았다. 특히 이 협상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처음 참석해 협상이 막바지에 도달했음을 암시했다. 하지만 2차 협상을 마친 후 양측이 최종 협상 테이블에 앉기까지 조흥노조 내부에선 적지 않은 갈등이 빚어졌다. 이용득 금융노조위원장과 허흥진 조흥노조위원장 등 협상대표들이 들고 온 '잠정 협의안'에 대해 노조내 강경파들의 반발이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강경파들은 확실한 고용보장을 위해 '즉시 대등합병'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진표 부총리는 "협상 최종 시한은 오늘(21일)밤 자정"이라며 협상 결렬시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다. 결국 최종 협상은 21일 밤 10시부터 열렸고 5시간 만에 10개항의 잠정 합의안이 타결됐다. 이날 자정을 넘기며 조흥은행 본점 농성장에 잠정 합의안 소식이 속속 전해지자 조합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조금 전까지 매각저지와 독자생존을 외치다가 3년간 고용보장이라는 사탕발림에 넘어갈 순 없다"며 흥분했다. 새벽 3시께 은행회관에서 조흥은행 본점 농성장으로 건너온 조흥노조 허 위원장은 잠정합의안을 설명하고 찬반투표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도 조합원들 사이에선 "삭발까지 하며 4일간 파업해 얻은게 이것이냐"며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에 허 위원장은 사내방송을 통해 "이 방법밖에 없었다. 조합원 여러분의 절대 찬성을 눈물로 호소한다"고 말했다. 결국 투표결과 59.09%의 찬성으로 합의안이 어렵게 통과됐다. 일부 노조원들은 울부짖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4박5일간의 파업에 지친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비통한 표정으로 농성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노조원들이 떠난 조흥은행 본점 건물 이곳저곳엔 '사기매각 저지, 독자생존 보장' 구호를 적은 격문들이 찢겨진 채 나뒹굴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