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기업연금의 적자상태가 심화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 S&P500 지수에 포함된 미국 5백대 기업들의 연금 결손액이 지난 5월 말 현재 사상 최대인 2천3백90억달러로 올들어 2백70억달러(12%)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올 연말에는 적자 규모가 작년 말에 비해 6백60억달러(31%) 급증한 2천7백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미 기업들의 연금적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장기간의 증시침체로 기업들이 연금을 증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데다,해마다 퇴직자에게 지불하는 연금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기업들의 대규모 연금적자는 국민연금재원이 바닥나 대대적인 연금개혁에 나선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국가와 비슷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은 유럽과는 달리 국가에서 연금을 관리하지 않고,개별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종업원과 회사측이 내는 보험료로 연금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연금개혁 조치는 없다. 이처럼 미 기업들의 연금재정 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GM이 연금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 기업의 단일 채권발행액으로는 사상 최대인 1백3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키로 했다. 현재 미 기업 중 연금적자액이 2백50억달러로 가장 많은 GM은 주정부의 연기금 보험 규정에서 정한 과태료를 물지 않기 위해서는 향후 4년 내 1백50억달러의 연기금 재정을 충원해야 한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