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에서도 '정도(正道)경영'만이 우리의 살 길임을 명심해 달라."(구본무 LG 회장) LG의 트레이드 마크는 '정도경영'이다. 정도경영이라는 단어 자체가 곧 LG의 얼굴인 셈이다. 전 계열사가 '일등 LG'를 내세워 목표 달성에 역량을 총집결하고 있지만 그래도 '일등 LG'가 '정도경영'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일등 LG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도경영이 든든한 뿌리가 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구본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일등 LG를 향한 모든 노력은 정도경영의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는 단순히 단기 성과가 아닌 50년, 1백년 지속하는 일등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정도경영의 의미를 분명하게 정의했다. 단기간의 실적으로 표현되는 일등이 아니라 정도경영을 통한 진정한 일등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서 목적 달성을 위해 미봉책이나 편법을 동원하는 것은 구 회장이 제일 싫어하는 일이다. "깨끗하고 건전한 기업만이 오래도록 존경받는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다"는게 구 회장의 굳은 신념이다. LG가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게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것도 정도경영 때문이다. LG는 지난 3월1일 한국의 대기업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다. 전환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진통이 뒤따랐지만 대그룹 지배구조의 고질적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계열사간 순환출자의 연결고리를 끊는데 성공했다. 지주회사 ㈜LG아래에 계열사들을 배치, 출자구조를 단순화시킴으로써 주주와 채권자들이 그룹의 구조를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출자는 지주회사가 전담하고 사업자회사들은 출자에 대한 부담없이 고유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갖췄다. 더이상 계열사들이 그룹의 사업확장을 위한 자금조달창구로 동원되거나 본연의 사업 이외에서 손실을 보는 일은 필요없어지게 됐다. ㈜LG 홍보팀의 정상국 부사장은 "LG의 지주회사체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투명경영의 효과를 높이는 등 선진적 경영시스템으로 내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지주회사 출범을 계기로 정도경영 태스크포스팀을 출범시켰다. 자회사 감사위원회의 실질적인 활동을 지원하고 '주주감시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정도경영을 확고한 LG의 기업문화로 정착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LG정도경영TFT'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자회사 '감사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감사위원회로부터 요청받은 진단활동을 맡아 수행한다. 사외이사들이 회사내부사정을 잘 몰라 제기능을 못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한 것. 또 자회사의 소액주주, 대주주를 대신해 체계적인 경영감시활동도 벌인다. 이 정도경영TFT는 자회사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활동을 통해 발생가능한 비리 및 도덕적 해이 현상을 조기 차단하고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는 활동을 한다. 구체적으로는 △자회사에 대한 경영진단활동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인터넷망에 제보시스템을 운영해 각종 비리징후를 사전에 찾아낸다. 이를 위해 협력업체들이 LG 임직원의 불공정행위 및 부당한 업무처리를 인터넷으로 제보할 수 있는 '정도경영 사이버 신문고(ethics.lg.co.kr)'를 개설했다. 이번 사이버 신문고 구축에 맞춰 1만여개에 달하는 LG 전계열사의 협력업체에 안내문을 발송하는 한편 주요 협력업체 모임을 통해 납품 및 하도급 관계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했다. 또 정도경영TFT는 마케팅 구매 연구개발(R&D) 등 업무분야별 프로세스 진단을 통해 자회사의 경영효율성 제고를 지원하기도 한다. 단순히 비리적발차원을 넘어 경영시스템을 개선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아울러 정도경영 이념을 확고히 정착하기 위해 윤리강령을 재정비하고 이를 전파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LG는 정도경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교육에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연초 신임임원교육에서는 '기업윤리와 정도경영'을 주제로 한 분임토의 및 사례분석을 통해 개인별로 정도경영 실천방안을 수립해 발표하고 토론하도록 하고 있다. LG는 구 회장이 지난 1995년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LG는 공정 정직 성실을 바탕으로 하는 정도경영을 통해 철저히 고객을 만족시키고 고객은 물론 사원 협력업체 주주 사회에 대해 엄정히 책임을 다하는 참다운 세계적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지켜가고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