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銀 노조 파업] '파업 배경ㆍ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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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 매각을 둘러싼 노정(勞政)간 갈등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노조는 예정보다 일주일 앞당겨 18일 전격적으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허를 찔린 정부는 강경 대응을 재천명하고 나서 정면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양측간 막후협상도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벼랑 끝 노조'에 등 돌린 정부
조흥 노조가 파업 'D데이'를 25일로 잡았다가 일주일을 앞당긴 것은 지금 파업이란 초강수를 두지 않고는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매각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공사와 신한지주는 이미 매각협상을 마무리지었다.
예보는 19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매각안을 최종 승인할 계획이다.
노조 입장에선 25일까지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조흥 노조는 지난 17일 오후 매각 협상이 완전 타결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영업시간이 끝난 직후부터 본격적인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노조 분회장 4백여명의 삭발식을 시발로 오후 7시30분께 서울 강남 역삼동의 전산센터 직원 3백여명을 철수시켰다.
이 때부터 전국 영업점의 직원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려 이날 밤 4천여명의 노조원을 집결시키는 위력을 보였다.
조흥은행의 8천5백여명 직원중 절반 가까운 인원이 본점에 모임에 따라 사실상 파업은 시작된 셈이다.
노조가 이처럼 기습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던진데 대해 정부는 당황하면서도 엄정 대응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노조 파업과 무관하게 조흥 매각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파업 지도부에 대해선 민ㆍ형사상 모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형상 노조와 정부가 타협의 여지 없이 정면 충돌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모습이다.
◆ 사태해결을 위한 막후 교섭
노조의 총파업으로 사태는 파국을 맞은 듯하지만 물밑 협상을 통한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용득 금융노조위원장도 파업선언 직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사태해결을 위해 협상을 제의해 온다면 접촉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대화 의사를 내비쳤다.
특히 18일 새벽 재경부 주선으로 조흥은행 홍석주 행장과 신한지주 최영휘 사장이 접촉한 것이 주목된다.
정부는 조흥 노조를 설득할 수 있는 '카드'를 마련하기 위해 조흥은행측에 합병 요구사항을 제시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홍 행장이 제시한 즉각 대등합병 등 5∼6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신한지주측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으나 앞으로의 협상에서 절충안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여기서 노조를 설득할 수 있는 '합병 방안'이 도출된다면 파업사태도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게 정부의 기대다.
노조도 국가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는 은행 파업을 마냥 지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노조 입장에선 고용보장 등 '확실한 실리'를 챙긴다면 파업을 풀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