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업계엔 제품 브랜드가 그 시장의 대명사로 굳어버린 경우가 많다. 피죤도 그런 경우다. 섬유유연제 피죤을 생산하는 (주)피죤이 최근 대규모 공채를 했다. 지난달 말 외부 전문업체에 의뢰해 1백명을 뽑았는데 무려 8천명이 지원했다. 5년만의 대규모 공채라고 한다. "사업을 다각화 하려니 사람이 많이 필요해졌어요.살균세정제 '무균무때'가 큰 시장을 형성할 것 같아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지요.경기가 어려울수록 인재를 뽑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이윤재 회장(69)은 '무균무때'가 피죤에 이어 '제2 신화'를 창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목적 주거세정제에 살균기능을 크게 강화한 제품이다. 주거세정제는 다소 비싸지만 주부들의 시간과 수고를 덜어준다는 점에서 유망 생활용품으로 꼽히고 있다. 치약이나 목욕용품으로도 카테고리를 늘려가는 중이다. 이 회장의 '피죤인생'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고려대 상학과)졸업후 동양물산이라는 조그만 화학회사에 입사했던 그는 그 곳에서 20년간 일하다 44세가 되던 지난 78년 섬유유연제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피죤을 설립했다. "화학회사 근무시절 공업용 섬유유연제를 다뤘어요.그러다 가정용 소비재로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지요.그 때만 해도 합성섬유옷이 많아서 정전기가 큰 문제였거든.특히 여자들은 스타킹에 스커트가 붙어다니니 더 불편했지요.선진국에서는 이미 큰 시장이기도 했구요." 하지만 빨랫비누로 머리감던 시절. 섬유유연제라는 생소한 제품을 파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요즘말로 '샘플링'. 이 회장이 직접 양동이를 들고 전국 연쇄점이나 슈퍼를 돌며 주부들에게 제품을 나눠줬다. 1t트럭 1천2백대분에 해당하는 분량이었다. 타업종과의 '공동마케팅'에도 일찌감치 나섰다. 삼성전자와 손잡고 혼수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신혼부부들에게 피죤을 선물로 줬다. "요새야 흔하지만 당시에는 파격적인 시도라며 화제를 모았습니다.품질만큼은 세계 일류 제품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었으니까 가능했지요." 물론 피죤의 앞날이 장밋빛 일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경기는 날로 위축된다. 다국적 생활용품 회사와 대기업과의 경쟁도 치열일로다. "긴장과 경쟁은 오히려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소비자들의 기호가 급변하는 것도 뒤집어보면 새로 도전할 여지가 많아진다는 의미겠구요.자신있어요.무엇보다 피죤으로 쌓은 소비자들의 신뢰가 큰 힘이 되고 있으니까요."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