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패트롤] '황학동 벼룩시장'.."중고품속에서 보물찾던 시장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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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동 벼룩시장.
동대문 청평화시장에서 청계천8가에 이르는 대로와 삼일아파트 뒷쪽 골목에 나뉘어 자리잡은 국내 최대의 중고품 시장이다.
노점만 5백여개.
상가에 입점한 가게를 합하면 점포는 1천개 이상이다.
황학동은 한때 골동품시장으로 명성을 날렸지만 아시안게임 후 중고품들을 취급하는 벼룩시장으로 탈바꿈했다.
황학동 벼룩시장은 '없는 것이 없는 시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탱크와 비행기만 빼고 다 판다'고 할 정도로 판매 물건이 다양하다.
카세트 레코드판 무전기 포르노테이프 등은 오래된 품목.
요즘에는 노트북 휴대폰 플레이스테이션2까지 내다 판다.
이 시장은 지금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다음달부터 청계천 복원공사가 시작되고 상당수 점포가 입점해 있는 삼일아파트 철거도 올해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장터가 공사장으로 변하면 손님들이 발길을 돌릴 것이라며 불안해 하고 있다.
◆청계천변 노점상들의 위기
일요일인 지난 15일 오후 3시 황학동 노점상 거리.
오전부터 찔끔거리던 비 때문에 지나는 손님은 평소의 절반도 안된다.
평소 같으면 구경꾼이라도 가게 앞을 기웃거리고 있을 터지만 이날은 잰걸음으로 지나가 버린다.
"다음달부터는 장사하기 힘들 것 같애.다른 일거리를 찾아봐야지."
카세트와 오디오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담배를 빼물며 한탄을 시작한다.
청계천변의 중고품 노점상들은 삼일아파트 뒤편에 점포를 갖고 있는 상인들보다 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공사가 시작돼 밀려나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노점상들은 생계를 보장받기 위해 공사 주체인 서울시에 조직적으로 대항하고 있다.
노점상연합회 황학동지구 라희성 사무국장은 "한양대 뒤쪽으로 상권 이전을 건의해 봤지만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했다"며 "이대로 철거가 진행될 경우 공사 저지라는 강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 입점 상인들도 불안
삼일아파트 뒤편에는 카세트 TV 냉장고 등 중고 전자제품과 그릴 뚝배기 쟁반 등 주방용품을 판매하는 점포들이 몰려 있다.
골동품을 취급하는 가게들도 군데군데 섞여 있다.
이 곳에서도 청계천 복원에 대해 불안해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고 에어컨을 물로 씻고 있던 전자제품 상인은 "청계천 복원공사가 시작되면 황학동 상권이 급격히 위축될 게 뻔하다"면서 "지나 다니는 사람이 줄면 그만큼 장사하기가 힘들어지는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상인들에겐 삼일아파트 철거도 큰 이슈다.
동아건설 부도로 표류하던 재개발 공사가 롯데건설이 새 시공사로 선정됨에 따라 올 하반기 중 재개된다.
청계천 복원공사와 삼일아파트 철거공사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얘기다.
그만큼 상인들의 부담이 크다.
삼일아파트 인근의 한 부동산업자는 "공사로 상권이 위축될까 걱정하는 상인들이 많다"며 "자금만 마련되면 황학동을 떠나겠다고 말하는 상인들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와 의견 평행선
황학동 재개발 청사진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발전 방안만 나왔을 뿐이다.
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황학동 벼룩시장은 재개발 후에도 확대 보존된다.
삼일아파트 지역은 녹지로 개발되고 중고품 노점상은 청계천 너머까지 확장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황학동 벼룩시장을 가능하면 덜 훼손하는 방향에서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개발이 끝나면 상인들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개발공사가 다 그렇듯 일부 상권의 피해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상인들은 공사가 끝날 때까지 버티기 힘들다고 항변한다.
황학동 도깨비시장에서 골동품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공사가 끝나기 전에 상인들이 망한다"며 "생계대책 없이 공사를 강행하면 황학동 벼룩시장을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