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의 긴급 설문조사에 참여한 18개 주요 그룹 구조조정본부장들의 요구는 "경기가 바닥을 쳤지만 본격적인 회복국면으로 접어들기 위해선 정부의 규제완화와 경기부양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각 기업의 경영전략을 이끌고 있는 구조본부장들의 이같은 요구는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뒷받침되면 기업들이 앞서서 '경제 살리기'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불확실한 경기전망에도 불구하고 '연초에 세웠던 국내 투자와 해외 투자를 계획대로 집행한다'는 대답이 각각 77.8%(14개 그룹), 81.3%(13개 그룹)를 차지하고 있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국내 투자와 해외 투자를 오히려 확대한다는 그룹도 각각 2개나 됐다. 구조본부장들은 특히 올 하반기 기업경영의 최대변수로 내수부진과 노사분규를 꼽았다. 내수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소비진작책과 노사관계 안정을 위한 정부의 엄정한 법집행이 경기회복의 선결조건이라는 얘기다. 구조본부장들은 또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방일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이를 실질적인 경기회복으로 연결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경기 회복국면 진입 못했다 구조본부장들의 절반 이상은 현재 국내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지만 회복국면에 진입하진 못했다(55.6%)'고 보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경기 인식은 우선 이라크전 조기 종전,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 진정 등 해외 위험요인이 해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전히 회복국면으로 접어들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북핵문제와 불안한 노사관계, 내수부진, 신용불량자 문제 등 국내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불안요인으로 인해 구조본부장들은 '올 하반기 국내 경기가 상반기와 비슷할 것(61.1%)'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가장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경제성장 동력확충과 경기부양을 꼽는 의견이 각각 11명(복수응답)으로 가장 많았다. 기업인들이 단기적인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성장의 동력이 떨어져가는데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 변수는 내수부진과 노사분규 기업들은 참여정부 들어 기업경영환경개선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전과 마찬가지라는 의견(50%)에 이어 악화됐다는 의견이 44.4%를 차지했다. 좋아졌다는 의견은 하나도 없었다. 정부의 경제정책운용에 대해서도 보통이라는 의견이 대부분(77.8%)이었으며 일부(16.7%)는 대체로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의 경영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편이었지만 아직 확신을 못하는 분위기다. 개선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9명(50%)에 달했다. 그러나 개선되지 않을 것(22.2%)이라는 견해와 모르겠다(26.7%)는 견해도 상당했다. 올 하반기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칠 변수는 내수부진(36.1%)과 노사분규(25.0%)라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정부가 기업의 활발한 설비투자를 이끌어내려면 소비심리를 활성화시켜 내수를 살려야 하고 안정적으로 기업활동을 펼칠 수 있는 노사관계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는 기업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구조본부장들은 수출위축(8.3%) 중국의 급성장(5.6%) 환율급변(5.6%) 등도 하반기 변수로 꼽아 해외 요인에도 계속해서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분명히 했다. ◆ 규제완화ㆍ노사안정 시급 경기부진과 경영환경악화에도 불구하고 연초에 수립한 국내투자 규모를 유지하거나 확대하겠다는 그룹이 90%에 육박했다. 최근 전경련 회의에서 설비투자를 통해 정부의 경기부양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해외투자도 대부분 계획대로 집행하고 특히 중국에 집중투자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구조본부장들이 투자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조건으로 꼽은 것은 규제완화(41.7%)였다. 모기업 구조본부장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규제 등이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를 완화할 경우 예상되는 기업들의 신규 투자 및 고용창출 효과는 침체된 국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문제도 경기회복을 위해선 시급히 안정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화물연대 등 각종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처에 대해 '대체로 잘못했다'와 '아주 못했다'는 견해가 각각 12명과 2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부가 두산중공업 사태, 화물연대의 물류대란 등 올 상반기 대표적인 노사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그랬던 것처럼 법과 원칙을 지키지 못한다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국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함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 정부의 친노조 성향으로 올 여름 노사분규가 예년에 비해 악화될 것이란 견해가 15명(83.3%)이나 됐다. ----------------------------------------------------------------- [ 설문 응답자 ] △삼성 이학수 사장 △LG 강유식 부회장 △SK 민충식 전무 △현대차 정순원 사장 △포스코 최광웅 부사장 △한화 최상순 사장 △현대중공업 박철재 전무 △두산 이재경 사장 △동부 한신혁 부회장 △효성 정윤택 전무 △CJ 김주형 사장 △동양 추연우 전무 △코오롱 김주성 사장 △동국제강 전경두 사장 △현대백화점 경청호 부사장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부사장 △동양화학 박노신 부사장 △삼양사 이장운 상무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