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5:26
수정2006.04.03 15:29
다카스기 노부야 한국후지제록스 회장은 '삼겹살 회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종종 직원들과 함께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면서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기를 즐기기 때문이다.
이달초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 수행해 주목을 받은 그는 "사실 삼겹살을 아주 즐기는 편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경영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기능들을 활용하려고 합니다.삼겹살도 그 중 하나죠."
다카스기 회장에게 '삼겹살'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셈이다.
그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제대로 모르면 경영이 투명해질 수 없다"며 "그런데 한국 경영자들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귀로 들으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노사 문제는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자의 문제입니다.노동자와 사용자는 자동차의 앞뒤바퀴와 같고 저는 '강하고 즐겁고 정답게(후지제록스 본사 사시)'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같은 다카스기 회장의 노사 해법은 호된 시련 속에서 나왔다.
1998년 외환위기 때 7백억원의 빚을 앉고 쓰러져가는 한국 지사를 구해내라는 특명을 받고 한국으로 건너온 그는 부임 직후부터 노조의 높은 벽에 부닥쳐야만 했다.
경영상태가 나빠 보너스를 줄 수 없다고 발표하자 노조에서 강력 반발한 것.
회사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충분히 감수하는 일본의 노사문화와는 너무 달랐다.
다카스기 회장은 현장으로 달려갔다.
삼겹살과 소주를 익히고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노사간엔 무엇보다 신뢰가 최선이라는 그의 신조 덕에 한국후지제록스는 3년 연속 무교섭 임금협상에 성공했다.
2001년에는 외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노사 무분규를 선언,노동부로부터 신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았다.
몸소 한국의 노조 문제를 겪은 탓에 "한국은 강성 노조 이미지로 대변되는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