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현 생산량 유지결정에도 불구하고 3개월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1일 서부텍사스중질유(WTI) 7월물은 전일 대비 배럴당 63센트(1.99%) 오른 32.3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미국이 이라크에 최후 통첩을 보낸 3월17일(34.93달러)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런던석유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 7월물도 31센트 오른 28.39달러로,역시 3월17일 이후 최고치다. 국제 유가가 강세를 유지하는 것은 이라크의 원유증산이 지연돼 수급불안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물론 OPEC 측도 6월부터 이라크의 원유생산이 하루 1백만배럴은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OPEC이 이번 회담에서 감산할 것이란 분위기를 내비친 것도 이런 분석을 깔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이라크의 원유생산은 70만배럴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이라크가 본격적으로 원유수출에 나설 경우 OPEC이 7월 회담에서 추가 감산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도 수급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부에선 OPEC이 현재 하루 1백만배럴로 추정되는 쿼터초과분의 조절을 통해 고유가를 유지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 석유의 20% 정도를 소비하고 있는 미국의 원유재고가 이라크전쟁 이후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도 유가상승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다. 메릴린치 수석 에너지전략가 미첼 로드맨은 "원유수급이 예상보다 빡빡하다"며 "산유국들이 시장에 충분한 공급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유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