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후지쯔 안경수 회장(52)은 '한국후지쯔 회장'과 '후지쓰 본사 경영집행역(상무이사) 겸 글로벌 영업추진부본부장'이라는 2개의 명함을 갖고 다닌다. 9일 한국후지쯔는 그를 사장에서 회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그가 주목받는 것은 후지쓰 창업 이후 등기이사로 선임된 첫 외국인이기 때문. 그는 후임 사장이 선임되는 대로 오는 8월께부터 일본 본사에 상주하며 경영집행역으로 활동하게 된다. 경영집행역은 상무이사급으로 우리나라의 등기이사 격이다. 일본기업의 집행임원인 취체역(取縡役)보다 상위 직급이다. 소니나 올림푸스에서 한국지사장이 일본 본사의 집행임원이 된 적은 있지만 등기임원으로 승진한 예는 아직까지 없다. 세계적인 정보통신 전자업체인 후지쓰의 임직원은 15만7천명. 이 가운데 경영집행역 직위를 갖고 있는 사람은 35명에 불과하다. 일본 후지쓰 68년 역사상 외국인으로 등기이사에 오른 것은 그가 처음이다. 지난 4월말 그가 경영집행역으로 내정됐을 때는 물론 최근 글로벌 비즈니스 부본부장이라는 보직을 받아 전세계 영업을 총괄하게 됐을 때도 일본에서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안 회장은 "삼성전자와 대우전자라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자기업에서 일한 경력과 스탠퍼드대학에서 재료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점을 본사에서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고 재학시절 1학년부터 3학년 때까지 야구선수로 활약했다. 당시 쟁쟁한 멤버였던 경북고의 임신근,선린상고의 김우열,동대문상고의 박해종 등의 활약으로 매번 콜드게임패를 당하기 일쑤였다. 그는 1983년 스탠퍼드 방문연구원때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우연히 만났고,배 장관의 소개로 김우중 전 회장을 만나 대우전자에 입사하게 됐다. 입사 이듬해 대우전자의 컴퓨터 사업본부장이 되면서 32세의 나이에 이사로 승진했다. 대우를 떠난 그는 다우기술 등 벤처기업에서 일하다 1988년 12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스카우트로 회장 비서실에서 기획담당 일을 하게 된다. 그는 "삼성에서 경영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삼성전자를 떠난 뒤 삼호물산의 법정관리인과 효성그룹 종합조정실 부사장을 지내다 후지쓰에 입사했다. 다양한 기업문화를 익힌 그의 경력을 후지쓰가 인정한 것. 1996년 한국후지쯔 사장으로 부임한 그는 본사가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도 한국후지쯔의 매출을 7년 동안 5.5배나 키웠다. 그는 활동영역을 넓혀 지난 98년부터 대만후지쓰 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2001년부터는 후지쓰 아시아 태평양 사업본부장도 맡아왔다. 후지쓰의 세계 영업을 총괄하게 된 그가 앞으로 어떤 활약상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