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정상화를 위한 채권단 지원방안이 9일 공개됐다. 출자전환, 캐시바이아웃(Cash Buy-outㆍ채권할인매입) 등을 통해 4조4천억원의 자본잠식을 모두 해소하고 자기자본이 3천억원 수준인 정상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방안도 제시됐다. 출자전환 규모는 최대 2조9천1백50억원. 국내 채권 6조2천억원의 47%에 해당하는 수치다. 다만 이같은 출자전환 규모는 국내 채권금융기관중 어느 곳도 캐시바이아웃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캐시바이아웃이 있는 경우엔 할인금액만큼 출자전환 금액이 줄어든다. 캐시바이아웃 한도는 2조8천억원, 매입가격(현금매입률)은 채권 원리금 대비 30.0~31.5%로 정해졌다. ◆ 채권단 채무재조정 목표 자본잠식을 모두 해소하는 것은 물론 자기자본을 3천억원 가량 남긴다는게 채권단측 계획이다. 올해는 자본잠식만 해소하면 상장을 유지할 수 있지만 내년에는 '자기자본이 납입자본금의 50%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또 한 번의 감자가 불가피하다는 사정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자기자본을 너무 적게 만들어 놓으면 감자비율이 높아져 부담이 된다는 설명이다. 작년 말 현재 SK글로벌의 자본잠식 규모는 4조3천8백74억원. 자기자본을 3천억원으로 끌어올리려면 4조7천억원 가량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이미 SK㈜에서 매출채권 8천5백억원을 출자전환하기로 한 만큼 채권단이 부담해야 할 몫은 3조8천5백억원 정도라는 계산이다. ◆ 채무재조정 내용 우선 출자전환 규모는 캐시바이아웃이 전혀 없다는 것을 전제로 2조9천1백50억원이 제시됐다. 여기에 해외채권자들의 캐시바이아웃으로 인한 자본확충 효과 9천여억원이 더해지면 3조8천5백억원을 맞출 수 있다고 채권단 관계자는 설명했다. 구체적인 출자전환 방법은 보통주로 8천5백억원, 상환우선주로 1조원, 의무전환부 전환사채(CB)로 1조6백50억원을 전환하는 것이다. 보통주를 8천5백억원으로 정한 것은 SK㈜를 계속 최대주주 자리에 앉혀 놓아 SK글로벌 정상화에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캐시바이아웃 요구가 있을 경우 출자전환 규모는 할인이익(채권금액-매입가격)만큼 줄어든다. 예를 들어 채권 1조원어치를 30% 가격에 캐시바이아웃하는 경우 할인액 7천억원이 할인이익으로 남게 돼 그만큼 출자전환 규모를 줄여도 된다는 계산을 바탕으로 한 것. 캐시바이아웃 한도는 2조8천억원으로 정해졌으며 신청액이 이보다 많으면 신청 금액 비율에 따라 일정액씩을 차감, 2조8천억원으로 맞추기로 했다. 채권 매입가격(현금매입률)은 자기 채권 전부를 캐시바이아웃하는 경우 채권금액 대비 31.5%를, 일부만을 바이아웃하는 경우엔 30%를 쳐주기로 했다. 채무재조정 후 남는 일반채권에 대한 이자율은 연 5%로 통일하기로 했다. 현재 SK글로벌의 원화대출 평균금리는 연 6% 수준이며 외화대출 금리까지 합산할 경우 연 3%대로 분석된다. 얼핏보면 이자율을 올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은행 내규상 연체가 발생한 기업의 외화대출은 즉시 원화대출로 전환해야 해 이를 시행할 경우 평균 이자율은 연 6% 이상으로 올라가게 돼 있다. 특히 원화대출 전환시엔 연체금리를 적용하는게 일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 5% 금리적용은 실질적인 이자감면이라고 볼 수 있다. 채권 만기는 채무재조정의 목표연도(채권단 관리 종결연도)인 오는 2007년까지 일괄 연장하기로 했으며 단기채권은 장기채권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 남아있는 난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국민 하나 등 6개 시중은행에 담보로 맡겨둔 주식이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담보를 확보하지 못한 산업ㆍ신한ㆍ수출입 은행 등은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인 만큼 채권단 전체의 공동담보로 전환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채무재조정 방안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SK그룹도 최 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담보를 해지해 주거나 최소한 SK㈜의 지배회사인 SK C&C 주식만큼은 돌려달라고 요청하고 있어 이 문제가 막판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