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자동차 영업 경력 14년째인 대우자동차판매 테헤란지점 임상목(41) 차장의 하루 일과는 컴퓨터 고객관리시스템(DCMS)으로 미리 입력해놓은 일일 스케줄을 체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DM발송, 고객 상담, 방문처 방문 등 스케줄에 따라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퇴근시간에 맞춰 사무실을 떠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요즘 같이 자동차 내수가 꽁꽁 얼어붙었을 때 누구보다도 속이 타는 사람들이일선에 있는 영업사원들이다. 한 건의 계약이라도 더 성사시키기 위해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전쟁을 치러야하고 고객의 전화 한통에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이 이들의 현실. 나름대로의 `노하우'로 불황을 이기고 있는 자동차 영업사원들의 고충과 영업전략을 들어봤다. ◆`줄어든 고객 찾아 발로 뛴다' = 작년만 해도 고객들이 알아서 찾아왔지만 몇달전부터는 고객을 찾아 직접 발로 뛰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문의가 급감했다. 차를 사려고 했다가도 중간에 마음을 접는 경우가 허다해졌고 계약까지 해 놓고뒤늦게 이를 취소하거나 출고까지 된 차의 인도를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개인별, 지점별 판매목표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각 영업소 분위기도 축쳐졌다. 이에 따라 임차장도 활동량을 두배로 늘렸다. 평상시 같으면 전화로 처리할 일도 지금은 직접 찾아다니며 한번이라도 더 `눈도장'을 찍어둔다. 임 차장의 경우 하루에 상대하는 고객수만 평균 20-30명. 결혼기념일과 생일 등 고객들의 기념일도 놓치지 않고 꼭 챙긴다. 카드사나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의 신용검사 강화로 할부금융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간신히 잡은 고객이 차를 구입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속출, 해당 캐피탈사와고객 사이에서 다리를 놓는데도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한 자동차 영업사원은 "신입사원들의 경우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그만두는 일도 종종 발생해 동료로서 안타까울 뿐"이라고 털어놨다. ◆'어디든 달려간다' = 현대자동차 서여의도 지점 강미희(36.여) 과장은 현대차여성 영업사원 중 몇 손가락안에 꼽히는 베테랑으로 지난달에도 13대나 판매했다. 강 과장은 출고된 차를 직접 인도해 주기 위해 서울, 경기도 등 지역을 가리지않고 고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직접 달려간다. 계약 취소가 적지 않은 요즘 같아서는 고객에게 차를 안기기 전까지는 안심할수 없는데다 `이럴 때일수록 서비스로 승부하자'는 뜻에서 차배달까지 맡고 있는 것. 다이너스티 차량을 출고까지 했으나 고객이 `차 번호가 맘에 안든다'며 고집하는 바람에 해당 구청에 읍소한 끝에 번호판까지 바꾸고 고객을 수차례 설득, 한달만에 결국 차를 넘긴 기억도 있다. 강 과장은 "나를 통해 차를 구입했던 고객이 몇 년 뒤에 다시 차를 사겠다고 연락할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객 위한 투자는 언제든 돌아온다' = 대우자판 오륜영업소 김정한(34) 과장은 작년에 210대를 팔아 연봉 1억300만원을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우수판매왕에 선정됐지만 잘나가는 억대 연봉 사원이라 해도 불황을 피해갈 수는 없는 실정이다. 김 과장은 차를 구입하는 고객층에 맞춰 골프공 세트, 문화상품권,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은 수건, 세제 세트, 주유권 등을 빠트리지 않고 선물하느라 한달에 자비로 수십만원씩 지출한다. 주말이든 평일이든 가리지 않고 이미 차를 구입한 고객과 AS센터에도 함께 가고급한 경우 고객 차값을 자신의 카드로 대신 결제하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다. 신용할부가 까다로워진 요즘에는 고객의 현금보유고, 신용상황에 따라 가장 적은 부담으로 구입할 수 있는 맞춤형 판매조건을 연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고객만 해도 700-800명 수준으로 과거 고객을 중심으로 한 인적 네트워크도 십분 활용하고 있다. 김 과장은 "눈앞에 닥친 현실보다도 미래에 대비한다는 생각에서 잠재고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고객을 위한 투자는 결코 헛되지 않다는 믿음이 요즘 같은 불황기를 견디는 가장 큰 힘"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