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이후 주한미군 전력구조 변화에 대비한 `자주국방'이 부쩍 강조되면서 국방예산 증액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방부는 군 구조 및 전력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가 수반된다며국방예산의 대폭적인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방비 증액 논리 = 국방부가 국방비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전가보도(傳家寶刀) 처럼 내세우는 것이 바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방예산 배정비율이다. 우리나라 국방비는 80년대 초.중반까지 GDP 대비 5∼6%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이후 급속히 감소해 90년대 초.중반에 3%대로, 2000년부터는 2%대로 떨어져 올해는 GDP 기준으로는 최저수준인 2.7%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80년대까지 30% 이상을 유지했던 국가예산 대비 국방비 비율도 올해는 15.6%로 줄어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국방비 실질규모는 거의 정체상태라는 게 국방부의 주장이다. 국방부는 한반도가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한 불안정 지역인데다 군사대국들로 둘러싸여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수준의 국방비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한다.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매년 펴내는 군사보고서 `밀리터리 밸런스'(2002-2003년)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 부담률은 주요 분쟁.대치국 평균(6.3%)의 절반 수준이 안될 뿐 아니라 심지어 세계 평균(3.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부터 당장 주한미군기지 재배치를 위한 부지매입을 시작해야하는 등 주한미군 전력구조 변화와 한국군 역할 증가에 따른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에 국방비 대폭증액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증액폭이 관건 = 국방비를 GDP 대비 3%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5월 조영길 국방장관으로부터 자주국방 비전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국방예산 증액 필요성을 재확인하면서 국가경제와 조화되는 방향으로 증액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건 총리도 3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방예산이 GDP 대비 3%선을 넘어야 하고 내년 예산 편성때부터 점차 반영돼야 한다"고 말해 내년부터 국방비를 늘리겠다는 정부방침을 확실히 했다. 게다가 최근 방한한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에게서 한국의 국방예산 증액필요성에 관한 얘기를 들은 장영달 국회 국방위원장도 "21세기 안보환경에 대응한국방력 확보를 위해선 국방예산 증액과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며 정부쪽 입장에 힘을실어줬다. 주변 상황이 이처럼 국방예산 증액쪽으로 기울고 있어 향후 관심의 초점은 국방비 증액 규모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한국국방연구원은 최근 연구보고서를 통해 참여정부의 국방비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군사력 발전 소요(5년간 150조원)를 기준으로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적정 국방비 수준이 GDP 대비 3.2-3.7%라고 추산했다. 국방부는 2004-2006년 국방예산 요구액을 지난달 31일 기획예산처에 제출했다. 국방부는 기획예산처가 조만간 각부처 예산요구액을 취합.발표할 때까지 구체적인 증액폭에 대해 함구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그러나 예산당국쪽 정보로는 국방부가 내년도 국방예산에 미군기지 이전비용 3천400억원을 포함시켜 올해(17조4척억원) 보다 4조5천억원 이상 늘어난 GDP 대비 3.2% 수준인 22조원 규모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2005년 3.3%, 2006년엔 3.4% 수준으로 늘리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예산당국은 내년도 전체 예산을 올해(111조5천억원)보다 6~7%(6조~8조원)늘리는 선에서 억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국방비 4조5천억원 증액은 현실적으로쉽지 않아 보인다. ◇국방예산 효율성 짚어봐야 = 국방예산 증액이 기정사실화 됐지만 예산증액에앞서 국방비가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지를 점검해 봐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김재홍 경기대 교수는 국방연구원이 최근 개최한 국방포럼에서 "2000년 이후 전력투자비는 국방비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고 태반은 인건비와 조직관리비를 포함한경상운영비로 들어가고 있다"며 국방예산 집행의 효율성 문제를 집중 지적했다. 그는 "군에도 IMF체제 이후 기업들이 단행했던 구조조정에 준하는 정밀한 진단과 그에 따른 획기적인 수술이 있어야 한다"며 군에 대한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또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육.해.공군별로 운영되는 중첩된 지원부대들을 모두 통폐합하고 군수.지원기능을 담당하는 부대의 인력, 기구, 재산을 정비하는 등 군살을과감히 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신양호 ㈜아이비젠 대표는 5일 국방대와 한국국방경영분석학회 공동주관으로 열린 세미나에서 "군도 기업들이 외국의 초일류기업에서 배운 경영전략을벤치마킹해 군사혁신의 도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현 예산구조에서 스스로 뼈를 깎는 혁신의지와 강력한 실천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