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가족'과 `반칙왕'으로 연속 흥행 안타를 날린 김지운 감독이 `장화, 홍련'(제작 마술피리ㆍ영화사봄)을 선보인다. 2000년 인터넷 단편영화 `커밍아웃'과 지난해 한국-홍콩-태국 합작 옴니버스 영화 `쓰리'의 한국편 `메모리즈'를 연출하기는 했지만 장편 신작을 선보이는 것은 4년만이다. 13일 간판을 내걸 `장화, 홍련'은 `가족괴담'이라는 장르를 표방했듯이 계모와딸의 갈등을 소재로 한 전통설화를 모티브삼아 현대적으로 꾸며낸 심령 공포물. 주인공 이름도 장화(장미)와 홍련(연꽃)을 변주한 수미와 수연이다. 이야기는 발걸음의 진동으로 세숫대야에 담긴 물에 미세한 파문이 이는 것으로시작된다. 단란했던 가정에 평지풍파가 불어닥치는 상황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곳은신경정신과 병원. 의사는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캐묻지만 소녀는 고개를 숙인채 묵묵부답이다. 장면은 바뀌어 외딴 전원주택에 승용차가 도착한다. 수미(임수정)와 수연(문근영) 자매가 내리자 젊은 새엄마(염정아)가 반색을 하며 맞아주지만 이들의 얼굴에는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함께 살게 된 집에서는 첫날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벽장에는 똑같은 옷이수십벌씩 걸려 있고 냉장고에는 피투성이가 된 물건이 신문지에 싸인 채 놓여 있다. 이 집을 방문한 새 외숙모는 싱크대 밑에서 누군가를 발견하고 발작을 일으킨다. 죽은 엄마의 자리를 대신하려는 새엄마와 수미는 번번이 다투고 아빠(김갑수)는낙담한 표정으로 방관만 한다. 수연은 공포감에 사로잡혀 부들부들 떤다. 과연 그날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원작은 계모의 질투로 원귀가 된 자매가 한을 풀어줄 사람을 찾기 위해 밤마다원님에게 나타난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그러나 영화의 설정은 사뭇 다르다. `한풀이'라는 전통설화의 원형질을 `공포의 전이'로 치환해놓은 것이다. 김지운 감독은 프로덕션 디자이너 조근현과 아트디렉터 박희정의 도움을 얻어독특한 공포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최초의 한국형 하우스 호러'란 수식어가 붙었을만큼 대부분 사건이 집에서만 진행되는데도 스타일리시한 미장센 덕분에 단조롭다는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이병우 음악감독이 지은 배경음악도 공포감을 배가시킨다. 그러나 공포는 눈과 귀에만 머물 뿐 머리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최근 몇몇 국내외 공포 영화를 연상시키는 얼개와 지나치게 과장된 캐릭터가 뼛속 깊숙이 스며드는전율을 만들어내는 데는 역부족인 느낌이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