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소풍 배낭에 김밥, 삶은 달걀과 함께 필수품으로 들어있던 푸른색병의 음료 '칠성사이다'. 맥도날드 햄버거와 함께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 상품 '코카콜라'. 이 두 제품은 국내 탄산음료 시장에서 맞대결을 벌이며 한국인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칠성사이다와 코카콜라는 시기적으로도 묘한 인연을 갖고 있다. 코카콜라가 한국에 상륙한 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그 해 서로 성(姓)이 다른 7명의 실향민이 설립한 동방청량음료가 칠성사이다를 내놓았다. 74년에는 롯데가 이 회사를 인수, 사명을 롯데칠성음료로 바꿨다. 코카콜라도 이 해 한국 현지법인을 세우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칠성사이다는 지난해까지 52년간 대략 1백억병 이상을 판매했다. 금액으로는 3조5천억원어치다. 병을 이으면 서울∼부산을 1천8백80회 이상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코카콜라는 70년대 중반까지 칠성사이다와 팽팽한 시장 점유율 경쟁을 하다가 80년대 외식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칠성사이다를 앞서기 시작했다. 현재 탄산음료 시장에서 두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코카콜라 31%, 칠성사이다 21%선이다. 칠성사이다와 코카콜라의 성장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광고다. '슈슈슈바 슈리슈바……'로 시작되는 경쾌한 리듬의 CM송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70년대후반에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난방설비가 보급되면서 '겨울에 마시는 칠성사이다 역시 좋습니다'라는 광고카피를 부각시켰다. 이후 컬러TV 시대를 맞아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CF에 주력했다. 소설가 김주영씨를 등장시켜 백두산 천지에서 촬영한 CF가 대표적인 예. 코카콜라는 광고를 빼면 '검은 설탕물'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광고의 영향이 절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