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사실상 SK그룹이 제출한 SK글로벌 정상화 방안을 수용키로 함에 따라 그동안 국내 경제를 짓눌러 왔던 SK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SK그룹은 8천5백억원 출자전환 등 계열사 지원과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SK글로벌을 살리기로 했고 채권단도 부채 출자전환 등을 통해 SK글로벌의 재무구조를 개선해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공중분해 위기에서 벗어나고 최태원 SK(주) 회장의 그룹 지배권도 살아날 전망이다. SK그룹은 SK글로벌 지원과 함께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 55개인 계열사 수를 대폭 줄이고 에너지 화학 중심으로 업종을 전문화한다는 구상이다. ◆ SK글로벌 자구안 주요 내용 정보통신과 에너지 판매 중심의 마케팅회사로 탈바꿈하고 직물의류는 세계물산에, 신발 수출은 제3자에 넘기기로 했다. 해외지사는 잔여 업무를 유지하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인력도 전체 2천7백여명 가운데 28%인 7백5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자산매각으로 1조5백68억원을 확보키로 했다. 유가증권 매각은 9천5백92억원 규모로 △SK생명(71.7%) 워커힐호텔(9.68%) 등 관계사 비상장주식 1천9백56억원(장부가 기준) △SK텔레콤(3.2%), SK 계열 가스회사, SK증권(14.3%) 등 관계사 상장주식 2천8백23억원 △포스코 등 기타 투자주식과 자사주펀드 5백76억원어치를 팔고, 해외에 은닉해둔 현금과 SK텔레콤 주식(1백10만주) 등 4천2백20억원을 국내로 가져오기로 했다. 이밖에 골프회원권, 부산사옥, 선혜원을 매각하고 서울 신문로사옥의 임대보증금을 회수하는 등 부동산 정리를 통해 9백73억원을 마련키로 했다. ◆ SK그룹 지원방안 SK㈜는 SK글로벌에 대한 국내 매출채권 1조원 가운데 8천5백억원을 출자전환하기로 했다. 해외 매출채권 6천억원은 출자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SK 계열사들은 또 SK글로벌의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을 2007년까지 연평균 4천3백58억원이 되도록 지원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SK텔레콤은 파워콤 KT 등으로부터 빌려온 전용회선망을 임대기간이 만료되는 대로 SK글로벌망(지난해 두루넷에서 인수)으로 집중해 연간 1천억원 이상의 임대료를 지원할 방침이다. SK㈜도 매출채권의 상환 기일을 현행 45일에서 60일로 연장해 현금유동성을 높여주기로 했다. 이같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EBITDA가 목표치를 밑돌 경우 계열사들이 SK글로벌에 추가 출자해 주기로 했다. 출자 규모는 모자라는 금액의 3배 이상으로 최대 1천5백억원까지다. ◆ SK그룹 자체 구조조정 SK그룹은 SK글로벌 정상화를 통해 그룹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최 회장이 담보로 맡긴 주식을 찾아 경영권을 유지하고 그룹도 공중분해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분식회계와 배임 등 사태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은 데다 그동안 채권단과의 갈등으로 자금줄이 막히면서 SK 계열사들은 영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54조원에 달했던 그룹 자산 규모는 3월 말 현재 50조원으로 4조원 이상 줄었다. SK텔레콤과 SK㈜ 등 주력 계열사들도 SK글로벌의 EBITDA를 지원해 주기로 함에 따라 얼마간의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룹 자체의 외형과 수익성 전반이 이전보다 악화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그룹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우선 계열사 수를 현재의 55개(공정위 기준)에서 상당수 줄이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펴기로 했다. 또 비영업용 자산 매각을 통해 지난해 말 기준 1백99.31%인 그룹 부채비율을 1백40% 미만으로 낮추기로 했다. 올해 매출 56조원과 세전이익 4조원 달성 목표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SK는 경영시스템 개선도 모색하고 있다. SK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투명성을 높이고 윤리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SK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사외이사를 확대하고 내부 감사기능을 강화하는 등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에 적극 나서고 기업윤리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정태웅ㆍ김인식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