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노선을 걸어온 독일 집권 사회민주당(SPD)이 경제 회생을 위해 친기업 위주로 정책을 급선회했다. 지난 98년 9월 집권 이후 근로시간 단축,사회복지 확대 등을 추진해온 사민당이 1일(현지시간) "경제시스템 유지의 대가가 너무 비싸다"며 사실상 친노(親勞) 입장의 포기를 선언했다. 사민당은 이날 특별 당 대회를 소집,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제안한 경제개혁안인 '아젠다 2010'을 압도적인 지지로 승인했다. 아젠다 2010은 근로자 해고규정 완화와 실업수당 삭감 등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화,기업부담 최소화가 핵심이다. 경제개혁안은 기업구조조정을 어렵게 해온 이른바 '해고보호법'을 전면 개정, 5인 이상 고용주는 실적에 따라 근로자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미국식 고용제도를 도입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정부와 기업 모두에 부담이던 실직자 보조금도 대폭 축소했으며, 50세 이상 종업원을 고용한 기업에는 실업보험 부담금을 면제토록 했다. 기업의 간접세를 줄여주고, 노조의 권한을 약화시킨 것으로 노동자 중시에서 기업 우선으로의 정책전환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대회에서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사민당 의원 5백24명중 90%가 찬성 표를 던졌다. 슈뢰더 총리는 표결 직후 "독일 자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 이제는 과거의 경제체제와 작별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인 기독교민주당(CDU)도 독일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 사민당의 이같은 결정에 환영을 표명해 오는 9월 의회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다. 독일경제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에 불과한데 이어 올 1ㆍ4분기에는 -0.2% 성장, 일본형 디플레불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과도한 복지비 부담 등으로 재정적자는 GDP의 3.7%에 육박해 유로존 기준치(3%)를 훨씬 넘어섰다. 블룸버그통신은 "좌파 정권인 사민당이 몰락하는 경제를 살려내기 위해 이념노선을 완전히 바꿨다"며 "이번 경제개혁안은 독일이 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외국투자자들에게 알려주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