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매에서 유빨대로.' 요즘 유창혁9단의 기풍변화가 바둑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9단은 '세계 최고의 공격수''일지매'등의 별칭에 걸맞게 화려한 공격바둑으로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기사. 이런 유9단의 기풍에 최근 변화가 생겼다. 호쾌하고 멋있어 보이지만 실패할 경우 '빚좋은 개살구'가 되기 쉬운 공격바둑을 지양하고 철저한 실리바둑으로 전환한 것. 이 때문에 최근 새롭게 등장한 유9단의 별명이 '유빨대'다. 빨대는 음료수를 마실때 사용하는 것이지만 프로기사들 사이에서는 실리를 추구,초반부터 집만 차지하는 기사를 지칭할 때 쓰이는 속어다. 지난 26일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진 이창호9단과의 패왕전 결승(5번기) 제1국은 '빨대'로 변신한 유9단의 면모를 가장 여실히 보여준 한판이었다. 이날 대국에서 흑을 잡은 유9단은 작심하고 나온 듯 초반부터 발빠르게 실리를 챙겨 나갔다. 이 때문에 실리를 선호하는 이9단이 반대로 두터운 세력바둑을 두는 광경이 벌어졌다. 이날 검토실을 방문한 정수현9단은 모니터를 본 뒤 "흑이 이창호9단인가 보죠?"라고 물을 정도였다. 보통 바둑에서 실리를 탐하면 세력이 엷어지게 마련이지만 이날 유9단은 4곳의 실리를 챙긴 후 숙제였던 중앙대마마저 두텁게 보강해 1백31수 만에 흑불계승을 이끌어 냈다. 한마디로 유9단의 완승이었다. 이러한 기풍변화에 대해 유9단 본인은 "젊었을 때는 수도 빨리 보고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공격적인 바둑을 즐겨 구사했지만 아무래도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길을 추구하게 됐다"고 말한다. 기풍변화로 유9단은 요즘 상승세다. 얼마 전 이세돌7단을 상대로 승리,KT배를 획득해 무관의 설움에서 탈출한 데 이어 이번 패왕전에서도 선제점을 올렸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