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9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 동향'은 지금의 경기가 매우 나쁠 뿐 아니라 향후 경기 전망도 무척 어둡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경기지표만으로 본다면 하반기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는 대로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경기 하락 속도가 워낙 빠른 데다 내수 소비가 극심한 부진을 보여 재정 지출 확대가 경기 하락세를 막는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 예상보다 빠른 경기 하락 도ㆍ소매 판매가 5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산업생산 증가율도 1.8%로 둔화되는 등 경기가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개월 연속 떨어져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줬다. 향후 전망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전년 동월 대비)도 12개월 연속 하락했다. 자동차는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7.2% 늘었다. 영상음향통신(45.2%)과 반도체(19.6%)도 재고가 증가했다. 재고가 소진되기 전에는 생산활동이 본격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향후 경기에 큰 부담이다. 설비투자도 4.2% 줄어 기업의 투자의욕이 되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는 지난 3월 미미한 증가(0.1%)를 보였을 뿐 올해 평균 3.8% 줄었다. ◆ 수출도 안심 못해 극심한 내수 소비 부진 속에서도 수출은 올해 두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 교역조건 악화로 수출마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ㆍ4분기 순상품 교역조건(수출 100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수입량)은 1988년 통계 편제를 바꾼 이후 최저치인 86.8로 전분기(90.7)보다 떨어졌다. 석유 등 원자재 수입 단가가 오른 반면 정보통신기기 전기전자제품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의 단가는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을 보여주는 소득 교역조건도 101.8로 전분기(115.9)보다 나빠졌다. 4월중 수출용 제품 출하는 6.7% 늘어났지만 이같은 교역조건 악화로 수출 채산성이 나빠질 것이 우려되고 있다. ◆ 내수회복 걸림돌 여전 2001년 말 특소세 인하와 지난해 가계대출 붐으로 급증했던 소비 거품이 꺼지고 있어 내수 소비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한 해 동안 17% 늘어났던 내구재 소비는 4월중 9.7% 감소했다. 경기에 민감한 백화점 판매도 3개월 연속 줄어드는 등 소비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및 신용카드 억제 정책도 경기에 상당한 부담을 안기고 있어 당분간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ㆍ4분기를 저점(低點)으로 경기가 U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등 해외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국내 경제 특성상 미국 경제가 최근 정보기술(IT) 산업을 중심으로 회복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는게 긍정적인 변수로 꼽힌다. 정부가 하반기중 사회간접자본(SOC) 등 분야에 투입키로 한 추경예산이 어느 정도 경기 부양 효과를 낼 것인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 선진국 회복 여부가 관건 박재하 금융연구원 거시금융팀장은 "이르면 3ㆍ4분기부터 유가 하락으로 인한 소득 증가와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으로 체감ㆍ지표 경기가 다소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용 서울대 교수(경제학)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증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수출이 뒷받침되는 등 경제 펀더멘털이 나쁜 편만은 아니다"라며 "선진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 3ㆍ4분기부터 우리 경제도 유연한 성장을 되찾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적어도 상반기 중에는 현재의 침체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며 다소 유보적 전망을 내놓았다.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영향이 아직 걷히지 않은 데다 미국 등의 회복 여부도 장담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 홍 상무는 "가계 부채와 카드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3ㆍ4분기에도 강한 반등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승윤ㆍ이정호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