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씨어터의 연극 '용띠 위에 개띠'가 오는 30일 국내 연극사상 처음으로 네돌맞이(1천6백54회) 공연을 갖는다. 이 연극은 그동안 '불 좀 꺼주세요'가 갖고 있던 3년6개월의 최장 공연기록을 경신한 것은 물론 앞으로도 상당기간 더 공연될 전망이다. '용띠 위에 개띠'는 지난 97년 8월 대학로극장에서 개막돼 9개월간 무대에 오른 뒤 3개월간 대구와 부산을 거쳐 2000년 5월말부터 대학로 이랑씨어터에서 3년간 공연돼 왔다. 그동안 끌어모은 관객은 15만여명,총 입장수입은 15억원으로 추정된다. 극장 인수 및 운영비,배우와 스태프의 인건비 등을 포함한 총 제작비는 9억원으로 적어도 6억원 이상의 순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만희 원작 '용띠 위에 개띠'는 별난 부부의 사랑법을 담은 코미디로 이도경과 배채연의 연기가 폭소와 눈물을 함께 선사한다. 남자주인공이자 연출자인 이도경씨는 이 연극의 인기로 인해 김유진 감독의 형사영화 '와일드 카드'에도 코믹한 술집주인 역으로 출연했다. 이 연극은 원래 중·장년층을 겨냥해 제작됐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중·고교생과 초등생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강원도 삼척여고생들은 수학여행차 서울에 와서 이 공연을 봤고 지방 관광객들 중에도 미사리 카페촌과 동대문 의류상가를 둘러본 후 이랑씨어터에서 이 연극을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관객수는 3년 전엔 1백73석의 극장에 평일 20여명,주말 40여명이었지만 요즘에는 평일 40명,주말 1백20∼1백50명으로 증가했다. '용띠 위에 개띠'는 소극장용 공연상품으로 자리잡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 연극은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철저히 구전 마케팅에만 의존한 결과 첫 9개월간 적자에 시달리며 간판을 내려야 할 위기에 몰렸지만 이후 관객이 조금씩 늘면서 흑자로 전환했다. 또 출연배우도 두 명뿐이다. 이도경 이랑씨어터 대표는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의 연극 '쥐덫'은 30년 이상 장기 공연되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 문화상품"이라며 "'용띠 위에 개띠'도 전국민이 한번쯤 본 '한국의 연극'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02)766-1717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