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내경기나 주가를 예측하는 데 수출을 더 중시해야 할 것 같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지난주 발표된 올 1·4분기 성장내역을 보면 수출과 내수의 기여도가 '80 대 20'으로 수출이 기형적으로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사이버 무역의 활성화로 현재 수출대금 결제수단별 비중을 보면 그동안 기업들이 주로 활용하던 신용장(LC) 개설을 통한 비중이 90년대 중반 이후 50% 이하로 떨어진 데 이어 이제는 40%를 밑돌고 있다. 그만큼 선행변수로서 기능이 적어졌다. LC 내도액을 근거로 한 수출전망은 빗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교차상관계수를 이용해 시계열 변수간의 선행관계를 도출해 본 결과 80년대에는 LC 내도액이 수출보다 3개월의 시차를 두고 미리 움직였으나 90년대 이후에는 6개월로 늦어져 선행정도도 크게 떨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수출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새로운 선행변수로는 어떤 것이 적당한가. 여러 가지 변수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엔·달러 환율이 LC 내도액보다 수출선행성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80년대 이후 지난해까지 엔·달러 환율의 수출선행정도(QPS값 기준)는 같은 기간 중 LC 내도액의 3배 이상 높게 나왔다. 추정기간을 좀 더 세분화해 분석해 보면 시간이 갈수록 엔·달러 환율이 LC 내도액보다 수출선행정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정책당국이든 기업이든 간에 향후 수출을 가늠하는 데 있어서는 기존의 LC 내도액보다 엔·달러 환율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야 함을 시사해 준다. 엔·달러 환율의 수출선행정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와 일본상품의 수출경합관계가 여전히 높은 반면 품질,디자인과 같은 가격 이외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함에 따라 수출이 지나치게 환율에 의존하는 구조를 들 수 있다. 극단적으로 우리 수출구조를 엔·달러 환율에 의존하는 '천수답(天水畓)구조'라 부르는 전문가도 있다. 외환제도도 문제다. 97년 10월 이후 미 달러화 이외의 이종통화로 처음으로 원·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됐으나 최근까지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재정(裁定)환율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 대부분 시장참여자들이 참고지표(reference indicator)로 엔·달러 환율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결과는 정책당국과 주식투자자들에게 두 가지 시사점을 던져 준다. 하나는 수출선행과 주가예측변수로서 더이상 LC 내도액을 고집하지 말고 엔·달러 환율과 같은 새로운 변수를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처럼 정부의 수출목표와 주가예측이 자주 빗나가다 보면 신뢰성 상실 문제 뿐만 아니라 각종 계획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하나는 정책당국에 주로 해당되는 사항이지만 우리 수출구조를 시급히 환율 혹은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경제의 안정성과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외환제도도 원·엔 직거래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외환시장 참여자들도 엔·달러 환율 이외에 독립적인 참고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최근 유로화가 초강세인 점을 감안하면 엔화 이외의 이종통화 직거래 시장개설도 고려해봐야 할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고정환율제가 포기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고 있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현재 우리와 교역국간의 수출경합지수를 구해보면 중국제품과의 경합관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수출과 주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엔화 환율과 함께 위안화 환율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는 셈이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