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장 주네의 「하녀들」로 평단의 호평을받았던 신생 극단 풍경이 신작을 내놓는다. 철학적이고 난해하기로 소문난 소설가박상륭(63)의 작품집 「평심(平心)」에서 모티브를 딴 동명 연극이다. 6월 4-22일바탕골소극장. 줄거리는 간단하다. 어느 북 카페에 회원들이 모여 문학 토론회를 벌인다는 게전부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간단하지 않다. 이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존재론적 근원의 문제에 천착한다. 사(死).공(空).업(業) 등 다층적 삶의 구조를 통과해 '생명의 순환'을 체험한 뒤 각자 일상으로 돌아간다. 쉽게 와닿지 않는 얘기다. 연출자이자 극단 대표인 박정희(45)는 "주제를 한 마디로 축약한다면 자아라는 환면(幻面)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나'라고믿는 자아는 진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체는 생명의 끝없는 순환. 우리는 죽어또 다른 생명으로 넘어간다는 순환구조만이 실체라는 것. 조금 다른 설명도 있다. 작품의 발상은 '자정'에 대한 박상륭의 시간개념에서가져왔는데 이 자정은 오늘도, 내일도 아닌 시간으로 '삶과 죽음' 사이의 중간적 존재상태와 비슷하다. 이런 상태가 현재를 사는 인간의 모습이란 뜻이다. 이를 위해 소설집에 실린 8개의 단편 중 4편에서 인물 등을 따와 희곡을 새로썼다. 절대진리를 추구하는 육적인 존재 '로이', 삶과 죽음의 부조리 때문에 비상을꿈꾸는 '왈튼 부인', 자아의 혼란을 명상으로 극복하려는 '앤더슨', 죽음을 대변하는 '왈튼', 그리고 현세의 인드라망 바깥에 있는 중간적 존재 '묵자' 등이 그들. 양식적으로는 리듬이 살아 있는 연극을 표방했다. 바람 같은 흐름을 타는 언어와 무용과는 다른 움직임으로 언어와 몸의 질감이 살아 숨쉬는 것 같은 무대를 보여준다는 의도다. 박씨는 "개념들이 익숙지 않아서 그럴 뿐 이해하기에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며"생명의 순환구조 등을 시각적으로 풀어 막연하게나마 이해될 것이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개인적으로 가사 상태를 경험한 이후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고 이번 공연도 그래서 올리게 됐다"며 "흔히 얘기하듯 자신이 유한하다는 걸 깨닫게 되면 불교의 측은지심이나 연민이 생겨나고 그러면 이 사회도 조금 더 나아지지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출연진은 권오수 황연희 이석호 김정호 문경희. 공연시간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4시 30분.7시 30분, 일요일 오후 4시 30분. 1만5천원. ☎ 762-0010.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