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GREAT WORKPLACE] ① 페덱스코리아의 '하이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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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한국의 일하기 훌륭한 일터 20개사를 선정,발표한 한국경제신문이 올해도 "좋은 직장 만들기 캠페인"을 벌인다.
일하고 싶은 회사,보람이 넘치는 일터를 만들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다.
한경은 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와 공동으로 훌륭한 일터를 선정, 시상한다.
1998년 이후 매년 미국의 훌륭한 기업 1백개사를 선정,"포천 1백대 기업"을 발표하는 미국의 로버트 레버링은 훌륭한 일터의 조건으로 "신뢰" "자부심" "재미"를 든다.
이 세가지 가치를 갖고 좋은 직장을 일구며 앞서가고 있는 우수 기업의 사례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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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덱스(FedEx)는 세계의 경영학자들이 '혁신 기업의 상징'으로 평가하고 많은 기업들이 벤치마킹하려고 배우는 세계적 물류회사다.
흔들리지 않는 기업 비전과 가치체계를 수립해 지키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수익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시작한 회사이지만 이 회사에선 수익이 최우선 가치가 아니다.
이 회사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페덱스에는 'PSP(People-Service-Profit)'라는 경영철학이 있다.
사람(종업원)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이 서비스(고객)요 수익은 세번째로 지켜야 할 가치에 불과하다.
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 이관응 소장은 "내부 고객인 구성원이 근무에 만족하면 그만큼 서비스의 질도 향상되며 그것이 고객만족과 수익창출로 연결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치는 그러나 실천체계가 정립돼 있지 않으면 뿌리 내리기 어렵다.
그래서 페덱스가 만들어 실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하이파이브(high five)'다.
이 회사의 한국 지사인 페덱스코리아(대표 찰스 아리나)가 실시하고 있는 하이파이브 실천프로그램을 보자.
우선 커리어 라이드(Courier Ride)라는 것이 있다.
커리어란 배송을 담당하는 현장 직원.
페덱스코리아에선 다른 부서 직원들은 물론 간부 경영진까지 현장 직원들과 함께 유니폼을 입고 1일 커리어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고객이나 시장을 이해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셈이다.
'직원교환제(Employee Exchange Program)'도 구성원 상호간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업무상 타 부서와의 긴밀한 협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원하는 타 부서에서 한 달 중 하루 등 일정시간 근무하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회사는 유기적인 공동체이며 동료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부분에서 애로를 느끼는지 직접 체험함으로써 각자의 역할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높일 수 있다.
'현장의견청취제(Skip Level Meeting)'는 경영진이 매달 1∼2회씩 현장 사무소를 방문,직원들과 미팅을 갖고 회사 소식을 전달하거나 직원들의 문의사항을 듣고 답해주는 제도다.
'하이파이브 파티'도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이다.
경영진이나 간부들이 직접 아침식사나 간식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제공하면서 파티가 이뤄진다.
1년에 서너차례 일선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을 위해 경영진과 매니저가 직접 앞치마를 두른다.
페덱스코리아는 모기업의 기업문화를 국내에 접목시키기 위해 2001년 10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해왔다.
페덱스의 '하이파이브'는 레버링이 말한 '신뢰 자부심 재미'가 모두 함께 들어 있는 프로그램이다.
종업원들은 한층 가까이 다가와 불만이나 애로를 들으려는 경영진들에게서 신뢰를 느낀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이 존중받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높일 수 있다.
출퇴근 시간에 이 운동의 실천을 위해 서로 손바닥을 들어 마주치는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마치 운동경기를 하는 듯이 일하는 재미도 느끼는 것이다.
일하기 좋은 직장은 많은 급여나 좋은 복리후생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종업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일을 통해 공정하게 대접받고 더 나아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야 그 기반이 다져진다.
구호가 아니라 실천프로그램으로 지켜질 때 가능해진다.
우리 실정에는 다소 어색한 듯한 이 제도는 도입 3년째를 맞으면서 이미 뿌리를 내렸다.
제도를 통해 일터 내에 신뢰 자부심 재미가 흐르는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