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오름세를 보인 20일 SK텔레콤 주가는 1.43% 떨어졌다. SK글로벌은 하한가로 추락했고 SK(주)도 4% 넘게 하락했다. 지난19일 발표된 SK글로벌의 실사결과가 주식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SK글로벌의 부실규모가 시장이 예상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추가적인 대규모 자금지원만 없다면 은행주를 짓눌렀던 불투명성은 조금씩 걷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K계열사 청산이나 법정관리를 피할 수 있다는 소식만 나오면 이상급등했던 SK글로벌은 추가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SK글로벌이 정상화되더라도 출자전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대규모 감자가 불가피하다"며 "그동안 SK글로벌 주식이 급등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도 당분간 SK글로벌에 대한 지원부담 논란이라는 악재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채권단은 상거래 채권을 포함한 1조5천억원을 SK㈜가 SK글로벌에 출자전환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과거 부실기업 처리에도 상거래채권을 전액 출자전환한 예가 없었다"며 "주주들도 대규모 출자전환에 반대하고 있어 채권단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SK글로벌의 실사과정에서 해외에 숨겨둔 SK텔레콤 주식이 발견됨으로써 SK텔레콤에도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SK텔레콤은 SK글로벌이 보유 지분 2.7%를 매각한다면 자사주펀드 등으로 매입하겠다고 공시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해외 보유지분까지 사줘야 할 경우 SK텔레콤의 매입 규모는 당초 2.7%(4천43억원)에서 4.0%(5천9백68억원)로 늘어나게 된다는 게 동원증권의 추정이다. 동부증권 김성훈 연구원은 "SK글로벌이 가지고 있는 전용회선 자산(3천4백69억원)까지 매입하게 되면 SK텔레콤의 SK글로벌에 대한 지원금액은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은행 동원증권 배현기 연구원은 "삼일회계법인이 발표한 SK글로벌 채권자 손실률은 44%로 당초 예상한 최고손실률 54.2%를 밑돌았다"며 "최악의 경우인 청산을 가정하더라도 채권자 손실률은 60% 이내에서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은행주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물론 은행권이 SK글로벌에 대한 부담을 완전히 벗은 것은 아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채권단은 2·4분기부터 지급보증 채권에 대해서도 추가로 충당금을 적립해야 할 것"이라며 "채권자 손실률(44%)만큼 충당금 적립비율을 올린다고 가정할 때 하나은행의 경우 추가 부담액이 1천6백7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1조5천억원의 출자전환은 불가능하다"는 SK㈜의 입장에 밀려 은행권의 SK글로벌 지원금액이 늘어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화증권 임일성 연구원은 "SK글로벌에 대한 부담은 어느 정도 주가에 반영된 상황"이라며 "다음달까지 확정될 채권단 및 SK그룹의 최종 지원방안의 내용과 SK글로벌의 정상화 여부가 은행주에 대한 투자판단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