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 휴양림에 마음 씻고···온천에 몸 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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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했다.
도시에선 긴소매가 더워보인지 오래다.
그래도 아직 이곳 새재의 숲속엔 서늘한 기운이 남아있다.
차가움이 가시지 않은 계곡물에는 버들치들도 이따금 눈에 띈다.
날짐승도 쉬어 넘는다는 조령(鳥嶺).경상도와 충청도를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이 고개는 문경새재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여기는 조선시대 과거를 보러가던 길목이다.
한양과 영남을 잇는 세 고개중 가장 많이 애용됐다.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을 넘으면 대나무처럼 미끄러진다기에 조령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나?
문경이란 이름도 '경사스런 소식을 듣는다'는 말에서 유래했다니 과거를 보러가던 수험생들은 자연히 이곳을 지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도 고갯마루에는 행운을 빌며 올려놓은 조그마한 돌멩이들이 가득하다.
새재는 아래서 바라보아도 그렇지만 인근 산봉우리에 올라서면 그 험준함이 더욱 확연해진다.
그러나 오르는 길은 의외로 수월하다.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새재의 숲속 코스는 두가지.
주차장에서 휴양림과 고갯마루의 제3관문을 보고 돌아 나오는 1시간30분 정도의 짧은 코스와 제3관문까지 간 다음 제1관문 쪽 내리막길을 다녀오는 다소 긴 코스가 있다.
조령 주변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문경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드라마 '태조 왕건'의 촬영장과 새재박물관이 기다리고 있다.
또 오르막길을 따라 3개의 관문이 차례로 늘어서 있다.
3관문은 들머리의 주흘관,중간의 조곡관,고갯마루의 조령관.이 문을 지나는 길은 총 6.5㎞다.
임진왜란 후 왜적을 막고자 설치했다는 당초의 의도가 무색하게 지금은 그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지날 수 있는 산길의 이정표처럼 다가온다.
산행을 원하면 휴양림 뒤편의 신선봉과 제3관문 옆 마역봉(마패봉)을 선택할 수 있다.
계획짜기에 따라 왕복 1시간30분에서 4∼5시간짜리 코스가 만들어진다.
조령산 자연휴양림은 충청도 쪽으로 자리잡았다.
휴양림은 어린이들을 위한 해설코스가 있어 더욱 의미있다.
'숲은 살아있어요''숲에서 옷을 벗자''복조리를 아세요' 등 느낌이 살아있는 안내판을 따라 오솔길을 걷는다.
이 길을 따라 30분 남짓 가다 보면 어느새 제3관문으로 넘어간다.
휴양림 입구와 고갯마루 안내판에는 신선봉과 마역봉 산행길이 잘 그려져 있다.
마역봉은 제3관문에서,신선봉 등산로는 휴양림 입구에서 각각 시작된다.
이곳 사람들은 어사 박문수가 마패를 걸어놓고 쉬어갔다는 마역봉을 '마패봉'이라 부른다.
마패봉과 신선봉에서 조망하는 월악산과 조령산,그리고 수안보의 풍광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산길 걷기와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면 수안보가 지척이다.
고려때부터 시작했다니 천년 세월을 넘긴 유서 깊은 온천.노천온천도 좋고 새로 단장한 사우나도 좋고….여행길의 피로가 절로 녹는 듯하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