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부두를 마비시켜 놓고 외국선박들이 화물을 실어나르지 못하면 부산항은 망합니다."(독일 하파트 로이드사의 국내대리점 박학기 소장) "일본의 고베와 중국의 상하이항 등 인근 경쟁항과 피를 말리는 화물유치 전쟁을 펼치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물류를 세우다니 부산항을 망치자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한진해운 김시복 물류팀장) 부산항이 이번 물류대란 사태로 환태평양 항만 경쟁에서 낙오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산항은 파업 등으로 마비되는 사태가 빈발해 왔고 항만개발에서도 뒤처지는 양상이다. 전국운송하역노조와 신선대컨테이너터미널은 1999년 12월부터 2002년 4월까지 복수노조허용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신선대부두의 야적장 작업이 힘들어 인근 감만부두로 화물이 몰리는 바람에 화물처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화주와 컨테이너운영회사들은 하역장이 부족해 애를 태웠으며 1백억원의 손실을 남긴채 끝났다. 지난해는 철도파업으로 철도수송이 중단되는 바람에 또 한차례 물류소동을 빚기도 했다. 유종영 부산지방해양수산청 항만물류과 사무관은 "한번 마비가 발생하면 국제적인 이미지 추락이 엄청나다"면서 "부산의 대외이미지는 불안한 항구"라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항만의 시설 및 운영경쟁력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올들어 상하이항은 지난 3월까지 2백40만개를 처리, 2백50만개를 처리한 부산항(세계 3위)을 바짝 뒤따라오고 있다. 이번 물류대란 사태로 연말까지 부산항은 상하이에 추월당할 것이라고 항만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당연히 항만서비스에 대한 외국선사들의 불만이 높다. 이들은 "홍콩 싱가포르 등은 '비상사태우려'에 대한 사전 정보를 수시로 제공함으로써 외국선사들이 미리 대비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부산파업은 1년전부터 예고됐는데도 부산해운당국은 외국선사들에 어떤 징후설명도 없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지난 11일 부산항에 입항한 독일 하파트 로이드사의 선박들은 미국행 환적화물 가운데 30% 이상을 싣지 못했다. 싱가포르 APL의 사정은 더 딱하다. 지난 8일부터 80% 이상의 화물을 실어내지 못하고 있고, 냉동컨테이너는 부두에 밀려들면서 냉동처리시설이 동이나 애를 태우고 있다. P&O네들로이드와 머스크라인 등 대형 외국선사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로 부산항에 대한 외국선사들의 불신의 목소리는 높아져가고 있다. 이번 사태로 고부가가치화물인 환적화물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현재 대부분의 선사들이 절반 가까운 환적화물을 실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시복 물류팀장은 부산항은 전체 취급물량의 41% 정도가 환적화물인데 이것을 놓치면 부산항은 끝장이라며 강조했다. 오는 2011년 완공되는 가덕신항만을 만드는 것은 큰 배가 입항하는 모항역할과 함께 작은선박으로 중국으로 화물을 실어나르는 환적화물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것인데 환적화물을 놓쳐버리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환적화물은 일반 컨테이너화물보다 2.5배의 돈벌이가 되는 고부가가치화물"이라며 환적화물을 하나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화물입항료를 인하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마당에 이번 사태가 터져 부산항 위상이 말이 아니다"라고 탄식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