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오는 15일께 중국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에서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모듈공장 기공식을 갖기로 했지만 최근 이를 무기 연기했다. 중국 정부가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를 이유로 당초 협조키로 했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할 수 없다고 통보해온데다 본사 인력들의 현지 파견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초 5월 공장 착공에 들어가 10월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난징시가 시기를 늦춰 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지금으로서는 언제 공사를 시작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중국 전역에 사스가 좀처럼 사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연기하거나 유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들은 올해도 중국 관련 사업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사스로 중국의 경제성장 전망이 하향 조정되는 등 상황이 극도로 불투명해지자 사업계획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을 발판으로 적극적인 성장을 도모해온 기업들의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LG전자는 6천5백만달러를 투자해 난징시에 연간 24만장의 처리 능력을 갖춘 PDP 모듈공장을 짓기로 하고 지난 2월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 투자금 중 4천만달러는 현지 금융으로 조달한다는 구상이었지만 사스로 이같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도 지난달 갖기로 했던 중국 변속기 공장 기공식을 연기했다. 이 회사는 중국의 자동차 수요 급증에 맞춰 7천5백만달러를 투자해 올해 말까지 연산 10만대 규모의 수동변속기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베이징 공장에서 생산되는 변속기를 '베이징현대차'와 '둥펑웨다기아차'에 공급키로 했는데 착공이 지연돼 현대·기아차의 생산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기공식을 생략하고 곧바로 공장 건설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기·전자 부품업체인 삼성전기 역시 사스 확산으로 중국 진출 시기를 조정했다. 삼성전기는 중국에서 휴대폰용 기판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상반기 내에 상하이 지역에 활동 거점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본사 조사 인력의 중국 출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를 하반기 이후로 연기했다. 코오롱 계열사들도 사스로 인해 중국 비즈니스 일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패션업체인 FnC코오롱은 올해 초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했으나 베이징을 중심으로 사스가 급속히 번지고 있어 계획을 일단 연기했다. 이랜드도 올해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추진했던 중국 시장 공략을 다시 점검하기로 했다. 상하이에 진출해 있는 이랜드는 생산처를 동남아시아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강동균·김미리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