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가 물동이에 빠져 수영할 힘이 떨어지면 꼬리로 바닥을 짚고 견딥니다. 30분, 60분, 90분...쥐독합니다/그래서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살아가는 삶의 눈동자가 산초 열매처럼 까맣고 슬프게 빛납니다.'(함민복 시 '샐러리맨 예찬' 일부) 정갑영 연세대 교수의 풀어쓰는 경제이야기 '나무 뒤에 숨은 사람'(영진팝, 1만8천원)에 인용된 시구다. 임금과 노동시장을 설명하는 부분의 글머리에 시를 올려 놓고 저자는 '이만하면 책읽는 재미가 쏠쏠하지 않은가' 하고 묻는다. 그는 자신의 체험담과 시.소설 영화 음악 미술 등 문예 전반, 그리고 미팅과 첫사랑의 원리까지 곁들여 경제를 설명한다. 책 제목 역시 '당신에겐 세금을 물리지 말고/내게도 물리지 말고/저 나무 뒤에 숨은 사람에게만 물리시오'라는 러셀 롱의 시에서 따왔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나무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이라며 "시장을 이해하고 게임의 규칙을 잘 이해할수록 나무 뒤에 숨은 사람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1장 경제학의 십계명에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기본 진리부터 자본주의 경제원리에 대한 설명이 맛깔스럽게 담겨있다. 경쟁의 논리를 얘기할 때 소제목은 '커피씨 두 개 심는 이유'다. 에티오피아와 브라질에서 직접 겪은 일. "왜 하필 두 개의 씨앗을 심습니까?" 브라질 커피농장 주인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서로 경쟁해야 하니까요." 수십년간의 경험을 통해 씨앗 하나보다 두 개를 심어야 좋은 종묘를 얻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기회비용에 대해 얘기할 때는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예로 들고, 기대치를 설명할 때는 토정비결을 결부시킨다. 먼저 베풀어야 대접받을 수 있다는 경제의 황금률은 사랑에 실패한 학생의 편지와 맞닿는다. 규제의 함정을 다룬 영국여왕 이야기. 1865년 자동차 때문에 퇴조하는 마차를 보호하기 위해 '붉은 깃발법'이 제정됐다. 한 자동차에는 세 사람의 운전수가 필요하고 그 중 한 사람은 붉은 깃발이나 등을 들고 55m 앞을 마차로 달리면서 자동차를 선도하라는 법이다. 최고 속도도 시속 6.4㎞로 정해졌다. 그러나 이미 자동차는 시속 30㎞ 이상으로 달리는 상황이었다. 누가 영국에서 자동차를 타고 좋은 차를 생산하겠는가. 결국 프랑스와 독일이 대량생산할 때 영국은 마차와 자동차를 모두 잃었던 것이다. 신동헌 화백의 주제별 컬러 삽화도 재미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책의 표지가 두 종류라는 것이다. 하나는 저자의 사진을 크게 삽입했고 다른 하나는 캐리커처를 넣었다. 제목은 같고 디자인은 다르다. 출판사는 "비용이 더 들지만 연령대와 기호에 맞춰 독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서비스"라고 밝혔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