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에 부정적이던 한국은행이 급작스레 금리인하 검토에 들어가면서 5월 중순께 정부와 한은의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공조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한은이 채 한달도 안돼 '부양책 무용론'에서 '부양책 필수론'으로 급선회해 스스로 정책 혼선을 가중시키고 정부의 눈치를 너무 살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박승 한은 총재는 30일 올 하반기에도 'L'자형으로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나 박 총재는 지난 4월10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의 여유자금이 풍부해) 금리를 인하해도 설비투자가 늘어날지 미지수이고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도 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17일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우리 경제가 어렵지만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나은 편이며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쓸 시기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총재의 인식이 급변한 것은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파장이 예상보다 커 올해 4% 성장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욱이 3월 산업활동동향 국제수지 등 실물지표가 더욱 악화된 반면 4월 소비자물가는 전달에 비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더 이상 금리인하 불가론을 고수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가 예상보다 급하게 하강하고 있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콜금리 인하라는 '카드'를 빼들어야 하는 상황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뉘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