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전업계에 '은 나노(Nano)기술'을 놓고 업체간 신경전이 한창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가전3사가 앞다퉈 '은나노기술'을 적용한 백색가전 제품을 선보이면서 일종의 '원조논쟁'이 벌어진 것. '은 나노기술'이란 은(Ag) 입자를 나노(10억분의 1m) 단위로 잘라내 가전의 소재인 플라스틱 및 고무패킹 원재료와 섞거나 덧입히는 기술로 650여가지 유해균을 살균 및 항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가전3사의 옛 명성을 꿈꾸고 있는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지난 2월20일 신제품 발표회를 갖고 나노기술을 이용한 양문형 냉장고 '클라쎄'와 산소에어컨 '수피아02'를 선보였다. 일찌감치 친환경 친건강을 모토로 국내 시장을 공략해온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당시 제품의 주요 부위에 미세한 은 입자를 첨가, 강력한 항균.항곰팡이.탈취.이온방출효과로 식품보존과학 및 건강위생기능을 크게 강화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17일과 20일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나란히 보도자료를 내고 양문형 냉장고와 빌트인 냉장고에 각각 항균기능을 가진 '은 코팅기술'을 적용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후 3, 4월에 걸쳐 냉장고 뿐 아니라 은 나노기술을 적용한 세탁기와 공기청정기를 잇따라 출시했고 LG전자도 최근 내장벽을 은으로 코팅한 김치냉장고 'LG김장독'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친환경.건강 이미지를 강조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은 나노기술에 대해 발표만 먼저하고 뒤늦게 제품들을 쏟아내자 대우일렉트로닉스측은 나노기술의 원조논쟁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LG와 삼성이 대우의 신제품발표회에 앞서 제품도 출시되기전에 은 나노기술을 적용키로 예정된 제품을 예약판매한다고 선수를 쳤을 뿐 실제로 '은 나노기술'을 가전제품에 처음 도입한 회사는 대우라는 주장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또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제품들은 단순한 은 나노 '코팅'인데 반해 대우의 '나노실버' 냉장고는 사출물 자체에 은을 넣어 만들었기 때문에 기술적 차이가 확연하다고 설명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관계자는 "다소 쉬운 길인 나노 코팅 방법보다는 사출물 자체에 나노실버를 넣어 성형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코팅의 경우 벗겨지면 수명이 오래 가지 못할 뿐 아니라 음식물 보관 실험결과 사출물 성형과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나 LG전자측은 "대우가 은 나노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며 "오래전부터 연구팀이 개발해온 은 나노제품에 대해 출시를 미리 예고한 것일 뿐"이라며 '일부러 선수를 쳤다'는 대우측 주장을 일축했다. 하지만 은 나노기술의 기술적 차이나 개발 시기 논쟁에 대해 삼성전자나 LG전자는 가급적 대응을 삼간 채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가전업계 선두를 놓고 양사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대우일렉트로닉스와 공개적인 원조논쟁을 벌여 득볼 일이 별로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가전3사의 '은 나노논쟁'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고급 가전제품의 트랜드가 친환경.건강쪽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항균효과가 있는 은 나노 제품을 놓고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faith@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