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둘러싸고 KT 등 통신업체와 케이블TV사업자(SO)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SO들이 가격파괴로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나서자 통신업체들이 망임대 계약 해지로 위협하는 등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KT 수도권 강남본부는 최근 경기 성남·분당지역 SO인 아름방송에 인터넷서비스(ISP)사업의 중단을 요청했다. KT는 "아름방송에 케이블방송 이외의 용도로 활용할 수 없는 조건으로 관로(가입자까지 도달하는 통신망)를 임대해주고 있다"며 "KT 관로를 활용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름방송은 최근 파격적인 가격(월 1만3천원)으로 VDSL(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급 케이블모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시작,가격인하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KT의 VDSL 상품(메가패스 스페셜)의 30%에 불과한 서비스 요금이다. KT는 다른 SO들도 가격파괴의 대열에 합류할 경우 KT를 비롯한 통신업체들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T는 이에 따라 계약 조건을 위배한 아름방송의 서비스 중단을 요청하고 있다. 아름방송은 임대계약이 해지되면 대규모 투자비를 들여 자체 관로를 깔아야 하는데다 스카이라이프와 제휴를 통해 인터넷사업자로 전문화하려는 비전을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SO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한두 달 안에 KT와 관로 임대계약이 만료되는 SO들이 많다"며 "그 시점이 되면 KT가 SO들에 불리한 재계약 조건을 내놓을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강남케이블TV 씨앤엠커뮤니케이션 등 메이저 SO들은 자체 관로를 갖고 있어 문제가 없지만 ISP사업을 확대하려는 중소 SO들은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통신업체들이 백본망을 임대하면서 가격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SO들이 초고속인터넷 가격인하에 나설 수 있게 됐다"며 "백본망 임대가격을 원가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SO업계는 이에 대해 "불공정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간 대립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장규호·유창재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