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현장' 중국...한국기업 피해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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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시 외곽에 위치한 '베이징 현대자동차'.
현대차 중국 현지 공장인 이 회사는 2교대로 돌아가는 생산라인 가동 시간을 이번주부터 하루 20시간에서 16시간으로 4시간 단축했다.
업무 과다로 종업원들의 체력이 떨어져 혹시라도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균에 대한 저항력이 저하되지 않을까 우려한 조업 단축이다.
실제로 베이징 현대차는 고열 증세가 나타난 직원 4명을 즉시 귀가 조치했다.
다행히 이들은 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사스 공포의 확산으로 결근자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종업원들의 심리적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사무실 곳곳에 향을 피웠으며(중국인들은 향이 병을 예방해 준다고 믿고 있다) 1천3백여명의 전직원에게 여러 겹으로 된 새 마스크를 긴급 지급했다.
사스 감염을 막기 위해 화장실엔 손비누 대신 물비누를 비치했다.
외식도 금지했다.
다음주부터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날마다 체온을 측정해 사스 증세인 고열 발생 여부를 체크할 방침이다.
중국에 진출해있는 전자업체들은 판매 급감으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베이징 중관춘의 하이롱다샤 1층에 있는 LG전자와 삼성전자 전시관에는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중국 정부가 사람이 모이는 판촉활동을 금지한 데다 중국인들이 외부 출입을 자제하면서 생필품 사재기에만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이롱다샤에서 팔리는 삼성 PC가 평소의 6분의 1로 줄었다"며 난감해 했다.
LG전자도 사정은 비슷하다.
다음달 초 노동절 연휴는 주력제품중 하나인 에어컨의 최대 판매기간.
하지만 올해는 특수는 커녕 평소보다도 안팔린다.
LG전자 관계자는 "노동절 연휴를 앞둔 지금쯤에는 판매가 평소보다 15% 늘어나야 하는데 오히려 30~40%나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사스 환자가 맨 먼저 발생한 광둥지역의 한국기업 현지 공장들도 비상경영에 돌입하기는 마찬가지.
오디오 제품을 생산하는 LG전자의 훼이저우 공장은 종업원들이 외지로 장기간 여행함으로써 사스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동절 연휴기간을 줄였다.
중소기업들 가운데는 조업중단을 검토중인 회사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지공장의 설비도입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상하이에 있는 포스코 장자강 공장의 정길수 법인장은 "외국에서 도입한 설비를 깔기 위해 제작업체의 기술진을 초청해야 하는데 사스 때문에 중국방문을 꺼리고 있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진출 한국기업들은 연일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경영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주재원 가족들의 안전대책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과 LG전자는 이미 광둥성 지사 주재원 가족 철수를 지시했다.
다른 지역은 회사측의 공식지침이 없더라도 주재원들이 개별적으로 가족들의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LG전자는 주재원은 물론 전직원 가족에게 탕약을 배포했다.
상하이=한우덕.베이징=오광진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