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창업주인 구씨일가가 LG카드.LG생명과학의 주가가 급등하는 시점에 지분을 대거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해당업체와 증권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LG카드 대주주 가운데 LG전자와 구씨일가 등 특수관계인은 10~18일 3.01%(222만8천853주)를 장내에서 매도했다. 이중 LG전자가 처분한 주식은 0.43%(31만8천883주)에 불과하며 임원 두 명이 매도한 주식을 제외하면 구씨일가는 2.56%(189만7천970주)에 해당하는 주식을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정부의 카드사 종합대책 발표 이후 카드사 주가가 반등하는 시점에 대주주들이 지분을 대거 처분해 주가상승의 강도를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카드대책이 발표된 지난 3일부터 21일까지 외환카드는 59.7%, 국민카드는 42.8% 급등한 반면 LG카드의 상승률은 21.5%에 그쳤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LG카드 지분의 30%를 차지하는 개인 대주주가 5천억원 증자참여를 꺼리고 있고 최근 시장에서 지분을 내다 팔고 있어 수급상황이 매우 안좋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대주주들이 카드사가 자구를 통해 회생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분위기와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증자문제와 이에 따르는 수급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LG카드의 탄력적 주가움직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구씨일가는 LG생명과학 보유지분도 주가상승기를 이용해 100만주나 처분했다. 이들은 지난 5일 LG생명과학이 개발한 '팩티브'가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신약승인을 받게 되자 이후 주가급등기를 이용해 지분처분에 나섰다. LG생명과학 대주주인 LG카드와 구씨일가는 9일부터 21일까지 모두 140만7천131주를 장내에서 팔아치웠는데 LG카드 처분물량(40만7천131주)을 제외한 나머지 100만주를 구씨일가가 매도했다. 구본무 LG회장은 55만8천536주를 매도했고 구본준 LG필립스LCD사장도 39만9천220주를 팔아 보유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주주들이 주가급등기를 이용해 보유지분을 집중매도하면 해당기업의 주가가 수급부담으로 급락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때 추격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