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家昨夜雨몽몽, 촌가작야우몽몽 竹外桃花忽放紅. 죽외도화홀방홍 醉裏不知雙빈雪, 취리부지쌍빈설 折簪繁華立東風. 절감번화입동풍 -------------------------------------------------------------- 시골집에 지난밤 비 보슬보슬 내리더니/대울 밖 복사꽃이 활짝 피었네/취해서 자기가 백발노인인 줄도 모르고/고운 꽃 꺾어 머리에 꽂고 봄바람 마주하고 섰네. -------------------------------------------------------------- 고려 왕백(王伯)이 봄날 시골집 정취를 읊은 '산거춘일(山居春日)'이다. 시인들은 비가 내리는 소리를 밤에 많이 듣는다. 보슬보슬 봄비가 내리면 대지에 생기가 돋고 꽃들이 피어난다. 계절의 순환에 따라 봄이 되면 꽃이 피는 것은 으례 있는 일이지만 겨울의 우중충한 하늘 빛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의 눈에는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나이 든 사람의 가슴에도 춘기(春氣)가 돌아 덩달아 함께 취하여 젊은이처럼 꽃가지 꺾어 머리에 꽃아도 보는 것이다. 이병한 < 서울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