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한 수의사가 닭이나 오리 등에치명적 전염병을 일으키는 조류(鳥類)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사망했다고 20일독일 24시간 뉴스전문 채널 n-tv가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네덜란드 보건부는 최근 네덜란드 한 병원에서 급성 폐렴 증세로사망한 57세의 이 의사 폐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됐으며, 달리 설명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사망원인을 조류 독감 바이러스로 강력히 추정한다고 밝혔다. 사망한 수의사 폐에서 검출된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사스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변종인 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SARS 사스)의 원인이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규정하고 이 바이러스가 어떤 동물에서 유래됐는 지에 대한 13개국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에 비춰볼 때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공동연구에 참여 중인 네덜란드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의 바이러스학자 압 오스터하우스 씨는 "현재로선 사스와 관련 없는 별개 사례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고 n-tv는 전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지난 달 초부터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만연, 지금까지 200여개사육장에서 닭, 오리, 칠면조 등 가금류 1천500여만 마리가 도살됐다. 보건 당국은 당초 조류 독감 관련 업무 종사자들에게 항바이러스 약물을 복용토록 했으나 사망한 수의사는 약을 먹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스터하우스 씨는 아직까지는 이번 조류 독감 바이러스 사태로 사람의 공중보건이 위협받지는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조류 독감 바이러스는 당초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고, 만약 감염 동물과 집중접촉하는 사람이 이 바이러스에 전염되더라도 가벼운 독감 증세만 일으키는 것으로알려졌었다. 그러나 지난 97년 홍콩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 변종에 18명이 감염돼 8명이 죽은데 이어 최근 홍콩에서 또다시 2명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과학자들은 이에 따라 당초 가금류 등에만 감염되는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어떤원인과 경로를 통해 변종으로 발전하고 사람에게도 전염되는 지를 연구하고 있다. 또 WHO가 최근 사스의 원인으로 확정 발표한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의 경우에도가금류나 돼지 등 다른 동물들을 통해 사람에게 옮아오고, 사람 간에도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