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원인체로 지목된 코로나바이러스의 양성반응자 3명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다. 보건당국은 일단 반응 검사법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이들을 사스환자로 분류하지 않았다. 그러나 양성반응이 나온 만큼 사스의 국내 상륙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국립보건원은 17일 사스의심 신고사례 29건중 세계보건기구(WHO)의 임상정의에 맞는 11건을 대상으로 중합효소면역반응(PCR) 검사를 한 결과 3명의 가검물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양성반응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립보건원은 "PCR시험은 신뢰도가 검증되지 않아 WHO나 미국 질병관리청(CDC) 등에서 사스환자 확진에 쓰지 말도록 하고 있다"며 "현재로는 사스 진단에 PCR 검사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건원은 PCR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더라도 △홍콩 등 위험지역을 여행하지 않았고 △고열과 호흡곤란 폐렴 등 임상적 증상이 없다면 사스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PCR 검사 결과를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는 것. 아직 정확성이 검증되지 않았을 뿐이지 엉터리 진단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질병에 대해서도 PCR 검사법은 존재하며 그 정확도가 현재 95% 정도로 알려져 있다. 김문식 국립보건원장(사진)도 "이번 검사에 사용한 독일산 키트는 검사사례가 많지 않아 정확도에 대해 아무런 얘기를 할 수 없다"면서도 "앞으로 이 검사법의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즉 검사 신뢰도 여부에 따라 바이러스 양성 반응자가 나온 국내에 사스가 상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립보건원도 양성반응자를 병원이나 자택에 격리하고 가족 등 접촉자에 대해 추적조사를 벌이는 등 경계 수준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접촉자에 대해서도 보건당국이 추적조사만 할 뿐 격리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어 이들을 통해 국내에 사스가 급격히 확산되는 최악의 상황도 우려된다. 결국 PCR 양성반응자와 사스 의심환자 등에 대한 바이러스 배양검사 등이 끝나는 2주 정도 뒤에야 최종적으로 국내 사스상륙 여부를 판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사스 국내상륙 공포는 증폭될 전망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