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과학의 달을 맞아 갖가지 과학문화행사가 선보인다. 참여정부는 과학기술행정의 주요 정책 목표의 하나로 과학문화 확산을 내놓고 있다. 과학기술의 지속적인 발전과 우리사회가 직면하는 문제해결을 위해 과학기술을 "경제발전의 도구"가 아닌 문화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과학기술 관심도가 미국의 절반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과학기술에 대한 참여와 지지도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학기술에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은 과학의 달을 맞아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이종걸 민주당 의원,박기영 순천대 교수(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최영환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을 초청,본사 영상회의실에서 과학문화 대중화를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발표내용을 간추린다. [ 참석자 ] 최영환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이종걸 민주당 의원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 박기영 순천대 교수(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 사회=김경식 본사 과학기술부 부장 -------------------------------------------------------------- △사회=참여정부의 과학기술중심사회 실현을 위해선 과학대중화가 시급합니다. 과학과 문화를 접합시킬 수 있는 제도적 문화적 사회적 틀을 다져야 할 때입니다. △최영환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과학문화는 국민들이 과학기술에 대해서 관심과 애정을 갖는 분위기를 말합니다. 과학문화는 과학기술 발전의 토대가 될 뿐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쳐 선진화를 이룩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정신적인 인프라입니다. 한국은 지난 40년간 과학기술의 외형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이공계 기피현상 등으로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과학문화의 토양이 마련되지 않은 탓입니다.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해선 토양으로서의 과학문화를 튼튼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학문화의 진작은 새로운 과학기술의 도약을 위한 성장엔진이며 원천입니다. 이같은 의미에서 과학기술정책의 역점을 과학문화에 둬야 합니다. △박기영 순천대 교수=과학이 경제발전의 수단으로 머물러선 안 됩니다. 안전불감증 등 사회의 비합리성을 개선시킬 수 있는 철학적 배경이 과학입니다. 과학문화를 확산시키려면 과학과 사회가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과학교육이 개선돼야 합니다. 학교에서 과학지식보다는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과학자들도 일반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연구내용을 설명해야 합니다. 녹색소비자운동 같은 과학기술소비자 운동도 활발히 전개돼야 합니다.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학교에서 물리 화학 등을 배웠지만 일상생활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흔히 접하는 지하철에도 여러가지 과학원리가 적용돼 있습니다. 이 같이 친숙한 대상을 소재로 과학을 설명하면 학생들이 살아있는 과학지식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문과와 이과가 단절돼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한국에선 미국에서처럼 문과 전공자가 이공계 대학원을 진학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과학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교육과 일상생활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학기술기본법에는 과학문화에 관한 내용이 없습니다. 특정 두뇌집단이 전유하는 엘리트중심의 과학기술을 염두에 두고 제정된 데 따른 결과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과학문화재단은 오래 전부터 과학문화창달 및 확산에 관한 법률을 만들자고 주장해 왔습니다. 국회가 국민의식을 고려해 법을 제정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볼 때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과학문화상품의 개발도 중요합니다. 과학에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결합된다면 고부가 상품이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사회=한국은 과학문화의 수준이 아직 크게 뒤떨어지고 있습니다.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제도마련 등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 같습니다. △최 이사장=과학에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결합되면 산업적인 측면에서 접근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수요가 취약해 먼저 공공부문의 지원을 통해 수요를 창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대중이벤트,인터넷,매스미디어 등을 적절히 활용해야 합니다. △이 의원=미국의 과학전문방송인 디스커버리채널은 고정 시청자가 많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과학박물관은 하루에 볼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과학문화재단의 의욕은 좋습니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 내에서 모든 과학문화사업의 수준을 외국처럼 높게 유지시킬 수 없습니다. 기간별로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합니다. △김 의원=박정희 전 대통령은 권력을 이용해 엘리트 중심의 과학을 확산시켰습니다. 하지만 민주사회에선 절차적 정당성과 국민적 합의를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과학대중화의 경우도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과학소비자운동,과학교육 등을 통해 시민들이 과학을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게 필요합니다. △박 교수=과학문화 콘텐츠의 대량 공급도 중요하지만 질을 높이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과학문화전문인력을 육성해야 합니다. 각종 이벤트를 통해 전문인력이 배출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외국처럼 어른들도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고급 과학문화가 싹틀 수 있습니다. △이 의원=콘텐츠가 조잡하면 외면을 받습니다. 하지만 고급콘텐츠를 만들려면 예산이 많이 듭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성과주의 예산제도 하에서는 주요과제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여,확산효과를 노리는 게 효율적입니다. △박 교수=과학문화를 확산시키려면 과학기술자들의 사회적 기여를 제대로 평가해야 합니다. 먼저 과학기술의 소중함을 사회가 인식하고 과학기술자와 일반시민들 간에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과학기술자도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재난예방,환경오염방지,의료 등 공공복지기술에 국가가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과학기술의 성과가 좀 더 넓은 계층에 돌아가면 과학기술의 사회적 기여도가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 의원=각 정부부처에 정보담당관을 둔 것처럼 과학기술전문가를 위한 차관직을 신설해야 합니다. 산업자원부,환경부 등 관련 부처에 과학기술전문가를 배치하는 것만으로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존의 문과 중심 행정체계에서는 어렵습니다. △최 이사장=과학문화 콘텐츠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현재 과학콘텐츠를 제작,공급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빈약한 상황입니다. 공영방송인 KBS에는 수백명의 PD가 있지만 그 중 과학전문 PD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과학전문 시나리오작가,큐레이터도 전무한 실정입니다. 재단측은 오는 9월 서강대와 손잡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과학문화아카데미를 열 계획입니다. MBC,포항공대,포스코와 손잡고 영국 BBC의 과학프로그램처럼 시청률이 20%를 육박하는 프로그램도 만들 계획입니다. △이 의원=과학저널리스트,과학PD가 부족하듯 과학자 출신 정치인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도 과학자 출신이 단 한 명뿐입니다. 최근에 국민의 의사를 결집하는 국회에 여성의 참여를 높이자는 목소리가 강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전국구 의원에 과학기술인의 지분을 높이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최 이사장=과학기술부 예산 1조5천억원의 10%선인 1천억원만이라도 과학문화예산에 투입하면 전체 예산의 효율성도 올라가고 사회분위기를 과학기술 친화적인 방향으로 돌리는 데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최근 여자 이공계 박사학위 취득자를 대상으로 객원선임연구원 공고를 냈는데 2백명이나 응모했습니다. 예산상 제약으로 10명밖에 채용하지 못했습니다. 실업상태인 이공계대학 졸업자들도 전국 3천2백개 읍면동사무소에 2명씩 배치,활용하면 실업문제 해결과 과학문화 확산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박 교수=좋은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풀뿌리 과학문화운동이 행정기관 주도로 진행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민간주도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외국에는 시·도별로 과학관이 있지만 국내는 열악한 상황입니다. 과학관 없이 민간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과학문화운동이 펼쳐져야 합니다. △최 이사장=과학문화 확산에는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선 과학기술인이 전국구의원으로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과학문화운동이 이공계 출신들이 정치권으로 진출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과학자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하면 친과학기술적인 정책이 나오고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면 이공계 출신 대통령도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궁극적인 과학기술 중심사회로 가는 길입니다. 정리=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