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의 1대 주주로 올라선 소버린자산운용(크레스트 시큐리티스의 모회사)가 14일 밝힌 'SK(주) 투자에 대한 소버린의 입장'은 그들이 쓴 표현대로 '대담(bold)'하다. SK에 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개입의사를 밝히면서도 장기투자 청렴성 등을 강조하며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전도사'인 것처럼 자신들을 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명분으로 삼은 뒤 투자 차익을 노리는 전략은 흔히 쓰이는 방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 장기투자 강조 소버린은 "주주가치를 확립하고 SK㈜를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모델기업으로 변모시킬 수 있도록 경영진과 건설적으로 작업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버린은 이를 위해 모든 주주의 신뢰와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개혁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버린은 SK㈜에 사업계획 재조정, 지배구조 개혁, 자본배분 최적화 등의 폭넓은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본배분 최적화란 불필요한 투자를 억제하고 핵심 역량에 집중한다는 의미로 긍정적인 표현이지만 SK텔레콤 주식 등 보유 자산을 매각하라는 압력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투명성과 관련, 소버린은 정부의 재벌개혁을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버린은 "오늘날 한국 기업의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한국정부의 과감하고 진보적인 움직임에 강력한 지지를 표명한다"며 "소버린의 핵심 임무는 이러한 방식의 개혁작업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버린은 특히 "자신들은 헤지펀드(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투기성 자금)가 아니며 브라질 체코 러시아 등 신흥시장(이머징마켓)에서 20년 이상 활동한 장기 투자자"라고 밝혔다. 또 독립성 청렴성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 경영 투명성, 주주권익 증대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속내는 뭘까 소버린의 이러한 입장 표명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한 관철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소버린은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태 이후 카드채 파동 등 일련의 금융시장 불안과 한국기업의 디스카운트(discount.주가 저평가 현상) 문제 해결에 자신들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의 지배구조와 한국시장의 약점을 최대한 들춰내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경영간섭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라는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소버린은 또 새 정부의 재벌개혁 노력이 자신들의 SK에 대한 경영참여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 노력과 같은 맥락에 있다는 점을 강조, 정부와 시민단체를 등에 업으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는 한국경제계의 핵심 이슈" "(우리는) 한국이 오늘날 직면하고 있는 것과 같은 유사한 개혁적 과제에 직면한 다른 국가의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이들 기업의 윤리관행 증진에 기여한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표현들이 그런 대목이다. 소버린은 나아가 "SK의 미래는 보다 투명하고 공평하게 행동하는 모든 주주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최태원 회장 등 SK㈜ 대주주들을 배제하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했다. 또 "SK는 개혁의 시험사례(test case)"라며 "한국정부가 개혁에 대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한 시장은 (새 정부의) 과감한 리더십에 '보상'을 해줄 것"이라며 재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는 '언론플레이'도 벌이고 있다는 평가다. 정태웅.박민하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