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유통업체들은 지금 '전쟁 중'이다. 지난 2월 롯데백화점이 대구점을 연 후 시장 쟁탈전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는 시장을 뺏기 위해,지역 백화점들은 시장을 지키기 위해 앞다퉈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다. 초기에는 백화점마다 경품을 타려는 고객,구매금액의 10%에 해당하는 상품권을 받으려는 고객들이 수십명씩 줄을 서기도 했다. 백화점 '전쟁'이 계속된 지 40여일째. 아직도 싸움은 진행형이다. 요즘에는 무료 대리주차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고객을 태워온 택시운전사에게 티슈를 주기도 한다. ◆롯데발 '태풍' 대구 상권 강타 일요일인 지난 13일 오후 롯데백화점 대구점. 곳곳에 세일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세일 마지막 날인 만큼 예전 같으면 휴식을 생각할 때다. 그러나 백화점 직원들은 '후속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한 직원은 "40일 이상 강행군 하느라 지칠 만큼 지쳤다"면서도 "15일부터 바로 바자를 시작하고 이어 카드 사은행사를 펼친다"고 말했다. 대구 동아 등 지역 백화점들은 롯데의 공세에 결사적으로 맞서고 있다. 대구백화점 김호범 기획부장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판촉행사가 아니라 전쟁이다.롯데가 영업일수의 70%까지 판촉행사를 할 것 같은데 따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출혈경쟁으로 지역 백화점들의 경영수지는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강력한 경쟁자가 출현해 시장을 잠식하고 지하철 참사까지 겹쳐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20% 이상 감소했다. 이에 따라 아예 업태를 변경한 곳도 생겨났다. 대구백화점은 동성로에 있는 본점을 패션 전문점으로 변경했고,동아백화점 본점은 아울렛으로 업태를 바꿨다. 공격적 마케팅을 선도해온 롯데도 고민에 빠졌다. 개점 첫 날에는 지방점 사상 최대 매출(48억원)을 기록했지만 개점 효과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세일 기간에도 기획상품 매장만 붐볐을 뿐 매출을 좌우하는 명품 매장에는 고객의 발길이 뜸했다. 롯데는 매출이 예상 외로 오르지 않자 이달 목표를 낮춰 잡았다. ◆직격탄 맞은 할인점과 로드숍 백화점들의 출혈경쟁으로 할인점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대구지역 대형 할인점은 18개. 이마트(4개)와 홈플러스(3개)가 선두를 다투고 있다. 그런데 할인점 수가 부쩍 늘어난 데다 백화점들이 출혈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할인점들의 점포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30% 줄었다. 특히 외국계 할인점들이 고전하고 있다. 월마트 비산점의 경우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곤 하던 주말 오후에도 고객보다 직원 수가 많을 정도로 한산하다. 한때 할인점 중 전국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홈플러스 대구점은 매출이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었다. 계산대를 일부 폐쇄했는데도 늘어선 줄이 한창 좋을 때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홈플러스 까르푸 등은 살아남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일단 개점한 지 3년이 넘은 점포들을 대대적으로 재단장하고 주차장을 확충할 계획이다. 문제는 경쟁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오는 6월 화원에서 초대형인 하나로클럽이 문을 열고 내당동에는 3천평 규모의 탑마트가 들어선다. 까르푸는 대봉동에 새 점포를 연다는 계획을 갖고 있고 내년 2월에는 롯데백화점이 달서구에 상인점을 연다. 백화점 할인점들의 경쟁으로 도심 상권도 변하고 있다. 지하철 참사 후 중앙로 일대 상권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곳 로드숍의 한 상인은 "차량 통행이 재개되면서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매출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반면 롯데백화점 주변 동성로 북쪽 상권은 유동인구가 부쩍 늘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