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SK텔레콤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포스코에 '백기사(White Knight.경영권 방어를 도와주는 제3의 주주)'로 나서달라고 요청키로 하는 등 크레스트 시큐리티스의 SK㈜ 지분 매집으로 불거진 주력 계열사의 경영권 위기에 대한 수습책 마련에 착수했다. SK 고위 관계자는 14일 "SK텔레콤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전략적 제휴 관계에 있는 포스코에 '백기사' 역할을 맡아달라고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까지 SK㈜ 지분 14.99%를 확보한 크레스트가 0.01%의 지분을 더 늘릴 경우 SK텔레콤에 대한 SK계열사의 의결권은 24.07%에서 11.31%로 낮아져 자칫 SK그룹은 SK텔레콤 경영권을 잃게 될 수도 있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SK가 도움을 요청하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한다는게 기본 방침"이라고 밝혀 포스코가 SK텔레콤의 백기사로 나설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포스코는 SK텔레콤 지분 8.64%를 보유한 3대주주이며 SK그룹은 포스코 지분 3.34%를 갖고 있는 4대주주다. SK그룹은 정보통신부에 대해서도 SK㈜의 외국인 투자 지분이 15%를 넘더라도 SK텔레콤 보유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받지 않도록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요청키로 했다. SK는 또 크레스트가 SK㈜ 지분 0.01% 추가 매입 가능성을 볼모로 SK㈜와 SK텔레콤의 경영에 위협을 가해 오거나 그린메일을 시도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한편 소버린자산운용(크레스트 시큐리티스의 모기업)은 이날 'SK㈜ 투자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의 목표는 SK㈜의 주주가치를 확립하는 것이라며 이 회사에 대해 사업계획 재조정과 지배구조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소버린은 이를 위해 SK㈜가 풍부한 자산으로 더 높은 수익을 끌어낼 수 있도록 이 회사 경영진과 함께 사업계획 재조정과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지배구조 개혁 작업을 진행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소버린의 이같은 입장 표명에 대해 증권업계는 이사 파견 등 새로운 경영진 구성을 추진하고 SK텔레콤 주식 등 SK㈜가 보유한 자산의 매각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통부는 이날 "크레스트가 만약 15% 이상 지분을 취득한다면 SK㈜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외국인으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SK㈜가 외국인으로 간주되면 SK텔레콤의 외국인 지분율은 총 60.95%로 높아져 외국인 의결권 한도(49%)를 초과하는 12% 정도에 대해 SK㈜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크레스트는 이날 SK㈜ 지분이 14.99%(보통주)에 달한다고 공시했다. 정태웅.이심기.박민하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