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의 1대 주주가 된 크레스트 시큐리티스와 모기업 소버린자산운용은 본거지인 유럽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다. 크레스트의 주식매집 및 결제 창구 역할을 한 도이치증권 서울사무소의 임성근 대표는 14일 "크레스트의 모기업인 소버린자산운용은 유럽 내에서도 노출이 잘 안된 자산운용사"라며 "몇백억원 규모밖에 안되는 크레스트가 이번에 대규모 투자를 했기 때문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크레스트는 투자자금을 외부 차입(레버리징)한게 아니라 모회사인 소버린자산운용에서 자금을 받아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크레스트 시큐리티스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이날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제고를 통해 주주가치 창출을 촉진토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국내 창구는 어디인가 크레스트는 국내시장과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동시에 잘 파악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관심을 덜 받는 외국계 금융회사를 이용해 주식을 매집했다. 임 대표는 "주식 매집은 도이치증권을 통해서만 한 것이 아니라 여러 증권사에 분산 주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크레스트는 SK 주식을 사는 과정에서 법무법인, 컨설팅업체, 투자자문사 등 내국인과 협의를 거쳤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도이체방크와 도이치증권 등은 투자대행만 했다고 밝히고 있으며 누가 이들의 행보에 도움을 줬는지는 현재로선 의문투성이일 뿐이다. ◆ 치밀한 크레스트 크레스트는 그동안 치밀한 계획 하에 SK㈜ 지분을 14.99%까지만 취득하는 등 외국인 관련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SK㈜와 SK텔레콤을 지배하려는 의도를 착실히 실천했던 것으로 증권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크레스트는 자기 자본금의 8배가 넘는 자금을 보름이라는 짧은 기간에 SK㈜ 주식 매집에 투입함으로써 정체를 드러냈다. 크레스트는 특히 SK㈜ 지분을 정확히 14.99%까지만 취득, 1대 주주로서 SK㈜에 대한 발언권을 최대한 강화하는 동시에 SK㈜가 외국인으로 분류되면 SK텔레콤의 지배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SK텔레콤까지 통제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크레스트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공정거래법 증권거래법 통신사업자법 등 국내 법규의 허점을 철저하게 활용하는 치밀함을 보여 재계와 증권가를 놀라게 했다. ◆ 시민단체 등 활용 특히 크레스트가 SK텔레콤의 독립경영에 관심을 기울여온 참여연대와 접촉했다는 점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재계는 크레스트가 SK텔레콤의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단체를 원군으로 활용하려는게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남우 리캐피탈투자자문 사장은 "크레스트는 국민정서, 시민단체의 동향, 정부 정책 등에 대해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몇가지 시나리오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웅.김홍열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