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호텔 네그레스코(Negresco)] 프랑스 藝香에 흠뻑 취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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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의 주(主)도로로 불리는 프롬나드 데 장글레.
지중해의 푸른 기운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거리이다.
그래서 니스 여행의 가장 운치 있는 시간 가운데 하나는 도시와 바다의 경계를 이루는 이 거리를 산책하는 것으로 손꼽힌다.
세계 최고의 휴양도시를 대표하는 거리인 만큼 그야말로 니스의 노른자 중의 노른자로 통하는 곳.
당연히 그 가치에 걸맞게 세계 유수의 호텔들이 이 거리를 따라 '전망 좋은 방'들을 내 놓고 있다.
유수의 호텔군 가운데서도 호텔 네그레스코가 돋보이는 이유는 단연 호텔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고풍스러움때문.
여기에 아예 '네그레스코 갤러리'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예술작품들을 지니고 있음도 한 몫 하고 있다.
네그레스코는 1913년 세워져 이미 백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18세기의 화려함으로 호텔 곳곳이 채워진 것과는 달리 사실 20세기 초반에 완성된 호텔인 셈.
하지만 개장 당시부터 루이 14세 풍을 전면에 내세우며 사람들을 맞아들인 탓에 이미 수 백년의 세월을 지나 온 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게 한다.
왕궁 시종을 닮은 벨보이들의 복장과 화려한 금장이 돋보이는 로코코 풍의 인테리어는 18세기 프랑스 궁정 미술을 고스란히 전한다.
널찍한 중앙 로비 역시 대리석으로 바닥과 기둥을 마감해 호사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 중앙 홀을 지나면 밝은 햇살이 가득 내려앉은 대연회장 살롱 로얄에 들어선다.
백색의 열주들이 홀을 감싸고 있고 온실을 떠올리듯 유리 천장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기둥 장식 하나에도 금빛 조각을 잊지 않고 특히 대형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눈부시게 빛난다.
이 홀을 둘러가며 역대 왕와 왕녀들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다.
우아하면서도 생생한 포즈가 돋보이는 이 그림들은 거의가 18세기 궁정화가 나티에(Jean Marc Nattier)의 작품들.
루이 15세의 딸 아리에트 부인을 그리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궁정화가로서의 길을 걸었던 인물이다.
그가 그려냈던 왕족들이 비록 그림으로라도 해변의 별궁에 함께 모인 셈이다.
특이한 것은 호텔 네그레스코의 다섯 개 객실층은 모두 저마다 하나의 컨셉트에 따라 달리 꾸며졌다는 점이다.
루이 15세와 16세 당시 유행하던 스타일에 맞춘 몽세라 카발레 스위트의 경우 포셀린 도자기 등(燈)과 수제 실크로 한껏 멋을 부렸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도 일품.
루이 15세가 사용했다는 책상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이 곳은 세계적인 유명인사들이 즐겨 묵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필 콜린스,제라르 드 파르디유,마이클 잭슨,믹 제거,엘튼 존 등 이루 다 들먹일 수 없을 정도.
4층의 임페리얼 스위트는 이름에 걸맞게 나폴레옹 황제와 조세핀 황비의 취향에 맞춘 곳이다.
특히 나폴레옹 자신이 친히 관을 머리에 얹어 썼던 대관식으로 유명한 퐁텐블로 성의 이미지를 살려냈다.
마호가니 침대와 황실을 상징하는 금빛 가구 등이 청동제 찬장의 섬세한 조각과 함께 룸을 장식하고 있다.
1967년 비틀즈의 유럽 투어 당시 폴 메카트니 경이 이 곳을 거쳐갔고 엘리자베스 테일러,리처드 버튼 소피아 로렌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그 뒤를 이었다.
뿐만 아니라 루이 15세의 연인이자 정치적 동지이기도 했던 코르티잔 마담 퐁파두르의 이름을 붙인 스위트도 왕족 못지 않은 호사스러움을 전한다.
코르베이유(바구니라는 뜻)라는 애칭이 붙은 더블 베드는 월넛 원목으로 짜여졌고 금제 잎사귀로 섬세한 장식을 더했다.
그녀와의 관계를 떠올리려는 듯 청년 루이 15세의 것이라고 공인된 초상화가 걸려 있다.
호텔 네그레스코가 자랑하는 최고의 걸작 가운데 하나이다.
뿐만 아니라 초현실주의적 회화와 조각품들로 층과 중국산 실크와 도자기로 장식된 곳 등 다양한 시대와 취향을 보여주고 있다.
다섯 개의 층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18세기 이후 주요 미술 양식의 흐름을 한 눈에 읽어 낼 수 있는 미술관 기행에 다름 아닌 것이다.
호텔 네그레스코를 말해주는 최고의 예술 공간은 바로'루이 14세의 방'이라 이름 붙여진 곳이다.
중앙 로비에서 왼편에 자리하고 있는 이 곳은 17세기 대리석 대형 벽난로와 금빛으로 칠해진 격자 무늬의 천장 등 17,18세기 프랑스 궁정 미술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실크 소파와 하지만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인테리어는 루이 14세의 대형 초상화일 것이다.
당시의 궁정 초상화가 리고(Hyacinthe Rigaud)가 그렸던 작품인데 베르사이유 궁에 걸릴 만큼 태양왕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알려진다.
한창 통풍(痛風)을 앓고 있던 터라 왕의 표정과 손,발이 부자연스럽다는 여담도 있지만 그것을 교묘하게 가리고 위엄만을 한껏 고조시킨 탓에 왕을 더욱 만족시켰던 셈이다.
현재 원본이라고 알려진 세 점의 초상화 가운데 나머지 두 점은 루브르 박물관과 베르사이유 궁에 전시되고 있다.
호텔 네그레스코를 둘러보는 동안 복도,살롱,객실 등 어디에서건 회화나 조각 작품들과 한시도 떨어질 수 없다.
심지어 벨 보이들이 손님을 맞는 부스나 프론트 데스크 뒷벽도 어김없이 한 폭의 초상화가 차지하고 있다.
어디서건 만나는 이 예술의 향기.호텔 곳곳에 숨은 진한 감동은 네그레스코를 프랑스 최고의 호텔이자'갤러리'로 대접받게 했다.
글=남기환
[ Travel tips ]
◇호텔 이용정보=주소: 37,Promenade des Anglais BP 1379 - 06000 NICE (France) 정보 얻을 곳: 33-(0)4-93-16-64-00,www.hotel-negresco-nice.com,문의: 프랑스정부관광성 서울사무소(02-776-9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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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스토랑 라 로통드 ]
네그레스코는 테라스 라운지와 연회장,메인 레스토랑인 샹트클레 등 다양한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내 놓고 있다.
레스토랑 라 로통드(La Rotonde)는 네그레스코의 엄숙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니스를 찾은 관광객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정통 프랑스 요리는 기본.
여기에 회전목마를 본딴 독특한 실내 인테리어가 이 곳의 매력 포인트이다.
식탁 사이사이에는 약간 촌스럽긴 해도 오래 전 귀족들이 즐겼음 직한 목마가 매달려 있고 2층 테라스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그저 장식으로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
매 30분마다 홀 중앙의 아가씨 인형이 경쾌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하면 목마들이 오르락내리락 움직이기 시작한다.
덩달아 작은 심벌즈를 연주하는 테라스의 꼭두각시들.
식사의 흥을 돋우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밥을 먹던 아이들이 포크를 팽개치고 이 신기한 광경에 넋을 잃어 버리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인 흥겨운 레스토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