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 대표기업으로 꼽히는 신세계는 자체 윤리경영 준칙을 위반한 임직원들과 협력업체에 매서운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 명절 때마다 선물을 받은 일부 직원들을 내보내는가 하면 해당 협력업체엔 영구 거래중단이라는 중징계를 내리기도 한다. 지난 99년 말 윤리경영을 경영이념으로 선포한 이후 사회봉사활동이 계열사별로 확고히 뿌리내린 데 이어 수십년간 이어져온 불투명한 거래관행까지 완벽하게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신세계의 윤리경영 활동 지원과 비위사실 조사엔 99년 별도 조직으로 설치된 신세계 기업윤리실천사무국이 앞장서고 있다. 기업윤리실천사무국은 계열사의 윤리경영활동 전반을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직접 조사에 나서 징계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윤리경영 위반사례가 적발될 경우 임직원들에게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주고 협력업체에도 강한 페널티가 주어진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할인점이 주력인 신세계에서 바이어는 '유통의 꽃'으로 불린다. 매장에서 판매될 물건을 결정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협력업체와 바이어간에 투명하지 못한 거래사실이 적발될 경우 해당자를 문책하고 협력업체엔 거래중단이라는 제재를 가하고 있다. 신세계는 사소한 식사와 뒤따르는 술자리 접대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협력업체와 식사할 경우엔 각자 음식값을 부담하는 게 기본이다. 다만 협력업체가 식대를 지불하면 다음엔 상응하는 식사를 제공해야 한다. 최근엔 바이어들이 작은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가급적 식사시간이 아닌 오전에 사내에서 협력업체 관계자를 만나고 있다. 신세계 직원들은 또 부지불식간에 어쩔수없이 금품을 수수했거나 선물을 받았을 경우 사내 전자게시판에 있는 '금품 향응 편의 수수신고서'를 작성,상사에게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금품이나 선물을 되돌려 줄 때는 '반송공문'도 협력회사에 함께 보내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절차를 무시하면 역시 제재가 가해진다. 임원 인사에서도 윤리경영 활동실적이 결정적인 평가항목이 됐다. 매출이나 이익 등 실적이 아무리 뛰어나도 윤리적인 흠결이 있으면 승진에서 철저하게 배제된다. 지난해 임원 인사에선 실제로 윤리경영 활동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매출 이익 중장기전략 등 다른 항목에선 높은 평가를 받은 부장급 2∼3명이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했다. 신세계 기업윤리실천사무국 관계자는 "사무국에서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1년에 두 번씩 윤리경영 만족도를 무기명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위반사실은 대부분 협력업체를 통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10%였던 윤리경영 평가항목의 비중을 올해부터 20%로 높여 임원인사에 반영키로 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