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사회의 '낙하산 타는 철밥통(평생 일자리가 보장된다는 뜻)' 신화가 마침내 막을 내리는가. 새 정부가 출범한 뒤 한 달 보름이 다되도록 '진통'을 겪어온 주요 경제부처의 1급 인사가 최근 매듭을 지어가면서 공무원들의 '좁아진 입지(立地)'가 화제다. 이번 인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관료사회 개혁 주문'에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의 '1급 귀가론', 그에 뒤따른 첫 '다면평가제' 실시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일부 부처는 아직도 1급인사를 확정짓지 못한 채 진통을 겪고 있지만, 인사를 실시한 다른 부처들을 통해 몇 가지 인사 특징이 눈에 띈다. 우선 공무원들의 '철밥통 신화'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재경부는 본부 1급 6명중 5명이 교체될 예정이다. 이중 사표를 이미 제출한 행시 14회 인사 3명중 국세청 중부지방국세청장(1급)으로 자리를 옮긴 최경수 세제실장을 빼고는 신동규 기획관리실장과 한정기 국세심판원장의 자리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최 실장 역시 역대 세제실장들이 대부분 차관이나 외청장 등으로 승진했던 것을 감안하면, 같은 1급인 국세청 지청장으로 옮긴 것이어서 재경부 내에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두번째는 '물어 쉭'형(型) 인사들의 출세신화가 더 이상 통하기 힘들게 됐다는 점이다. '물어 쉭' 인사란 상관 명령이 떨어지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냥개처럼) 시키는 대로 일을 잘하는 사람을 일컫는 비아냥 섞인 관료사회의 조어(造語). 과거엔 이런 사람들이 상사에게 후한 점수를 받아 출세가도를 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다면평가제가 실시되면서 동료와 후배들에게서도 평가를 제대로 받아야 승진할 수 있다는 새로운 공식이 성립됐다. 산업자원부에서는 1급 6자리중 차관보(김종갑.행시 17회), 기획관리실장(이현재.특채), 무역투자실장(박봉규.17회) 등 세 자리에 해당분야 다면평가 1위 인사가 그대로 기용됐다. 해양수산부에서는 다면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이규용 전 환경정책국장(47)을 국외훈련과정에서 불러들여 1급으로 기용했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모 상임위원(1급)이 임기를 남기고 물러난 것은 최근 실시한 다면평가 결과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무능력에 따른 파격인사로 나이도 젊어졌다.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1급들의 행정고시 기수는 14∼17회에서 이번에 17∼21회로 갈렸다. 평균나이는 50세 10개월로 전임 정부 말에 비해 한 살 정도 젊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 등에서는 1급에 경남, 전남, 충남 출신을 골고루 기용해 지나치게 지역을 배려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