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2:55
수정2006.04.03 12:57
소주의 대명사인 진로마저 외국자본에 넘어갈 것인가.
진로가 최근 자금난 타개를 위해 1조6백억원의 외자유치를 추진하면서 국내 주류시장의 외국자본 완전잠식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주류시장은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대부분 외국자본에 넘어갔다.
진로마저 넘어가면 위스키 맥주시장에 이어 소주시장마저 외국자본이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진로의 외자유치 향방
진로는 1조6백억원의 외자 유치에 관한 채권단 설명회를 9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국제전자빌딩에서 가졌다.
이 자리에는 진로에 1조6백억원을 투자할 예정인 외국 투자단이 참석,국내 채권단을 상대로 채권매입 조건 등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채권단 관계자는 "진로와 투자단은 외국투자펀드회사를 설립해 흩어져 있는 채권을 일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미국 투자회사 등이 출자한 진로투자펀드회사가 담보부채권 등을 사들여 진로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고 경영은 진로측에 맡기는 방안이 거론됐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진로는 결국 경영과 소유가 분리되는 형태로 외국자본에 사실상 넘어가는 셈이다.
주류업계는 골드만삭스의 진로 법정관리 신청이 기각되고 외자 유치가 예정대로 성사된다면 진로의 외국자본 지배론은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류시장의 외국자본 투자 현황
지난해 1조5천억원 규모로 성장한 위스키 시장은 외국자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위 업체인 진로발렌타인스는 영국 얼라이드 도맥이 지분의 70%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임페리얼과 발렌타인을 앞세워 4천8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진로발렌타인스와 쌍벽을 이루는 디아지오코리아는 영국 디아지오가 지분 1백%를 갖고 있다.
주력 제품은 윈저 시리즈와 조니워커 딤플 등이다.
최근 신제품 리볼브17을 출시한 페르노 리카 코리아는 프랑스 페르노 리카가 1백% 투자한 한국법인.
주력 제품인 시바스리갈과 로열살루트의 인기에 힘입어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다.
맥주시장은 외환위기 때 외국자본이 잠식했다.
두산 계열사였던 OB맥주는 98년부터 2000년 사이 벨기에 인터브루사에 지분의 95%가 넘어갔다.
인터브루는 오비를 인수한 후 2001년 진로의 카스맥주까지 사들여 맥주시장 지배권을 강화했다.
맥주시장 1위 업체인 하이트맥주도 외국회사의 지분이 23.95%에 달한다.
하이트는 외환위기 당시 자금난 해소를 위해 덴마크 칼스버그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진로의 소주시장 점유율은 53.6%다.
곤경에 처한 진로가 외국자본에 넘어가고 나면 한국 소비자들은 외국자본이 제공하는 술을 마시는 수밖에 없게 된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