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야생동물의 활발한 거래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프라무카 시장.시장 입구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해당 야생동물의 밀거래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현판이 걸려있다. 그러나 시장의 으슥한 뒷골목에서는 동물원에서도 보기 힘든 희귀동물들이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다. EBS 자연다큐멘터리 취재진이 이 곳 프라무카 시장을 덮쳤다. 카메라에 잡힌 상인들은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한다는 애완용 원숭이 '느린 로리스'의 날카로운 생이빨을 뽑고 있었다. 또 어떤 상인들은 한국인이 주로 찾는 웅담을 꺼내기 위해 플라스틱 줄로 새끼곰의 목을 조르고 있기도 했다. EBS가 10∼11일 오후 10시40분에 방송하는 기획 다큐멘터리 'CITES 종(種)의 묵시록'은 이같이 잔혹하기 짝이 없는 야생동물의 불법 거래현장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이다. 취재진은 애완용 새로 인기가 많은 극락조(Bird of Paradise)가 산다는 파푸아뉴기니의 한 원시부락을 찾았다. 이 곳 주민들은 극락조를 사냥하는 것이 불법이란 사실도 모른채 단지 "설탕과 소금을 얻기 위해" 이 새를 잡는다고 했다. 이들 사냥꾼의 불법,탈법은 오히려 돈 있는 사람들의 수요에 의해 조장되고 있는 것이다. 불법을 조장하는 희귀 야생동물의 수요에는 한국인들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보신용 한약재를 주로 수입하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야생동물 수요처중 하나다. 최근에는 애완용 희귀동물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져 청계천 동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야생동물 중 대부분이 불법으로 밀반입된 것들이다. 취재진은 인간들이 이같이 '종의 묵시록'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안에 과연 인간 자신의 이름은 끝내 없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고 경고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