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대덕연구단지 중심부의 국립중앙과학관 1층에 자리잡은 박호군 과학기술부 장관의 현장 집무실. 박 장관은 현장 집무 세 번째인 이날 생명공학연구원,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자생식물사업단 항공우주사업단 등 4개팀 연구원들과 연구성과에 대해 얘기했다. 팀당 30분으로 잡았던 당초 약속시간을 훨씬 넘기면서 마음 속 얘기를 주고 받은 것이다. 박 장관의 대덕 현장 집무가 요즘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1주일에 한 번씩 현장 집무를 하겠다'며 지난 3월7일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국립중앙과학관을 현장 집무실로 택한 데는 사연이 있다. "국립중앙과학관에 가본 적이 없는 과학기술인이 너무도 많은 데 놀랐다"는 게 박 장관의 설명이다. 그는 장관이 이곳에 머무르면 어쩔 수 없이 찾아오게 되지 않겠느냐고 털어놨다. 그는 "과학자들의 참여 없이는 과학기술 분야가 살아남을 수 없다"며 "캡슐형 내시경,위성발사체 등 최근 개발품들도 과학관에 전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의 현장 집무 스타일은 파격적이다.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업무보고를 받지 않는다. 수행원도 관련 부서 실무진을 중심으로 간소화했다. 미리 일정을 잡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즉석 면담신청을 받는다. 한 명을 만나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화를 나눈다. 이 같은 스타일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재직 때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4년을 재직하는 동안 연간 50여 차례에 걸쳐 '직원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책임연구원급에서 수위에 이르는 다양한 직원들을 일일이 불러 얘기를 들었다. 이들의 건의와 조치사항을 책자로 만들어 배포하고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로 인해 KIST가 구조조정을 거친 후에도 큰 문제 없이 정상을 되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금 대덕연구단지는 4년 전 KIST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박 장관은 "대덕 현장 근무를 통해 연구단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을 확인하고 있다"며 "KIST 원장시절 경험을 십분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2주일에 한 번은 대덕에서,또 한 번은 고리원자력발전소,창원 등 지방 과학기술 현장에서 업무를 볼 계획이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